포럼주제

제30회 희망포럼 "흠모의 문화와 질투의 문화"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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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존배 제30회 희망포럼 - 2017.9.28.>

 

흠모의 문화와 질투의 문화

이인호 박사

서울대 명예교수 / KBS 이사장

 

이인호 박사는 4대가 함께 사는 집안에서 1936년에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해방을 맞이하였고, 서울사대 부속 중고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문리대 사학과에 진학하였는데, 3학년 때 미국 웰슬리대에서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시작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에서 러시아사를 전공했고 대한민국 여성 1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6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1996년 핀란드 대사로 발탁되면서 건국 최초의 여성 대사가 되었다. 이후 오랫동안 연구했던 러시아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외교 무대에서 한국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 왔다. 2014년에 KBS 이사장으로 선출되어 지금까지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상존배 운동본부에서는 이러한 이 박사의 고견을 듣고자 지난 928일 제30회 희망포럼 연사로 초청하였다. 이날 이 박사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한국인은 개별적으로 우수하지고 부지런하지만 뭉쳐놓으면 뒤떨어진다는 말들을 한다. 이는 상호존중과 배려의 부족으로 인해 상대에 대한 흠모보다는 질투의 감정을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 포럼 주제를 흠모의 문화와 질투의 문화로 잡아보았다.

나는 미국유학을 하며 러시아 역사를 공부하였고, 주 핀란드와 러시아 대사를 지냈고,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맡아 전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였기에 여러 문화를 비교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면서 문화수준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살펴보았는데,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 문화의 특징은 질투 시기가 아니라 흠모를 통해 자기 능력을 계발하고 활용함을 알 수 있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경쟁의 배합이 잘못되어 혼란을 빚고 있다. 존중과 배려정신이 약해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건국과정에서부터 흩어지면 죽고 뭉쳐야 산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교육에서도 단체정신을 강조했건만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공교육이 인성함양보다는 입시경쟁으로 내몰리면서 동물적 생존경쟁의 마당으로 변질되었다. 교육을 통해 올바른 생활태도와 가치관을 키워야 하건만 우리 공교육 현실은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기함으로써 질투와 시기심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사회적으로 교육의 첫째 가치는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싸우고 사는 것보다 훨씬 이로움을 알려주는 데에 있다. 물론 교육에서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지 경쟁의 원리가 정의로워야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질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적 평가는 개인의 우열을 가르기보다 학급공동체의 실력을 키워 우리 반과 다른 반, 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의 경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잘하는 학생이 있기 때문에 자기 반이 다른 반보다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기에 잘하는 학생들이 흠모의 대상이 되고, 다른 친구들이 그들을 고마워한다. 전체가 잘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면 잘 하는 학생은 부족한 학생의 공부를 돕고자 자발적으로 나선다. 내가 서울사대부고를 1955년 졸업할 때 약 250명의 동기생 중 서울대에 134명이 합격하였다. 한국전쟁 와중에 피난민 자녀와 다른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 섞였음에도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우리가 다 같이 잘 되어야 한다는 정신으로 서로 도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때 경쟁은 공동체 정신에 해가 되지 않고 상당한 수준의 흠모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밖에 있는 다른 공동체와의 경쟁이어야지 같은 공동체 내에서의 경쟁에 치우치면 반목과 질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교육은 상대평가를 하며 상급학교 진학에 반영하니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경쟁상대가 된다. 구조적으로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친구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는 가정과 학교교육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경쟁사회의 구조를 외면한 도덕적인 가르침은 어른들의 거짓말일 뿐이다.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제도의 반교육 요소에 대해 우리 모두기 깊이 반성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에 대한 평가척도가 다양해져야 한다. 성적뿐 아니라 발전 정도, 즉 자신의 잠재력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었는가도 중요한 평가항목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경쟁은 남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임을 스스로 깨도록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수난을 많이 겪으며 강대국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어지는 비극적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은 자신감이 부족하고,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도 해야 했다. 이로 인해 생긴 상호 불신풍조의 불행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나도 잘 되어야 하지만 남도 잘 되어야 한다. 잘하는 사람은 공동체의 자산이다. 좋은 것을 좋다고 칭찬할 수 있어야 하며 잘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흠모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 대한 존중과 인간 전체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 나의 애국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의 애국심도 존중해야 한다. 상호존중과 배려는 곧 흠모의 문화이다.

이 흠모의 문화가 바로 상호존중과 배려이다. 그리고 상호존중과 배려의 문화는 개인의 힘만으로 확산이 어렵고, 사회구조, 특히 교육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상호존중과 배려의 생활화 습관화 문화화로 성공한 사람을 흠모하는 문화가 하루속히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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