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겨레신문(2014년 8월 6일)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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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상 이유때만 보안 지키고군부대내 일상은 개방 필요해


                                                                                                                             정두근 예비역 중장 인터뷰


까라면 까라식 군대 문화
일제 때 만들어져 내려온 것
 병과 병, 복종 아닌 수평 관계
 상호 존중과 배려 운동 필요


일제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의 동물적 복종을 위해 만들어진 병영 문화가 해방 뒤에도 그 사람(부역자)들이 계속 군대를 맡으면서,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내려온 것이다.”


 


육군훈련소장과 6군단장을 역임한 정두근(62·사진) 예비역 중장은 6<한겨레>와 만나 군 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인권 사고들을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 중장은 사단장 시절부터 병사들 사이에 높임말을 쓰자는 내용을 뼈대로 한 상호 존중과 배려 운동을 진행했으며, 예편 뒤에도 사단법인을 만들어 같은 내용의 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다.


 


-야전 경험이 많은데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을 바라보는 심정을 얘기해달라.


 


병사끼리는 서로 지시나 명령을 내려서는 안 되는 수평적 관계라고 규정해놓고, 정작 군은 수직적인 문화를 방조하고 있다. 병사들이 입대하기 전 향유했던 문화는 21세기인데, 군대는 60~70년대에 머물러있다.”


 


-군에서도 인권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


 


“2003년 군이 병영생활행동강령을 만들어 공포하면서, 병과 병은 명령·복종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라고 규정했다. 군 형법에서도 일병이 병장을 때리든, 병장이 일병을 때리든 둘 다 폭행죄다. 그런데도 수직적인 문화가 존재한다는 건, 군대가 형법과 강령을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걸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군은 일선 하급 지휘관의 책임부터 묻는 경우가 많다.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들이 보직 해임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런 초급지휘관들은 관리 책임밖에 없다. 평소 정상적인 예방 활동을 제대로 했는지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해진 대로 처리했는지만 따져보고, 그대로 했다면 처벌하면 안된다. 요새 일벌백계, 일벌백계 하지만, 처벌을 한다 하면 일단 그것부터 피하려 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그때그때 순간만 모면하려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처벌만 갖고 통제하려다 보면 다 망친다.”


 


-군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온다.


 


군사보안은 중요하지만, 작전상의 이유일 때 철저히 지키면 된다. 부대 내 일상이나 부대 시설은 이제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간인과 접촉하면 군기가 빠진다면서 제한시키는 건데, 군기는 그런 것과 관계가 없다. ‘각잡고 악쓰는게 군기가 아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 잘 찾아서 하는 게 최고의 군기다.”


 


-그렇다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나.


 


제도가 지켜지도록 환경을 바꿔주고 의식과 문화를 바꿔줘야 한다. 내가 했던 상호 존중과 배려 운동은 병사들 사이에선 하급자건 상급자건 높임말을 쓰자는 것이었다. 처음엔 상병·병장들 병사들도 거부감을 보였지만, 결국엔 성과를 봤다. 사단장 시절, 이 운동을 하면서 부대 폭행 건수가 연 10건에서 2건으로 줄었고 휴가 미복귀 건수도 7건에서 4건으로 줄었다. 무관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데 왜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었나?


 


이 운동을 하던 초기에 남재준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중단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려보내왔다. 내가 총장에게 탄원을 하면서 결국 그대로 진행할 수 있었지만, 다른 부대로 가면서 결국 그 부대에선 흐지부지됐다. 전임자가 한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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