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뉴데일리(2014년 8월 30일)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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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병정놀이터가 아니다


정두근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총재


예비역 육군 중장


입대 동기생끼리만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훈련과 작전까지도 동기들끼리 수행하는 분대와 소대를 편성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 어떤 간부가 사석에서 자조적으로 한 말이려니 했다. 그런데 육군 최고지휘관인 참모총장이 지난 26306보충대를 방문하여 입영장정 부모 앞에서 직접 한 말이라니 도저히 믿기지를 않았다. 이는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로 육군이 국토방위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포기했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국립대학은 군대라는 반 농담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먹이고 재우고 입혀주면서 월급도 주고, 비싼 휴대폰 나눠줘 인터넷과 SNS는 물론이고 화상통화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데다가, 평일 면회만으로도 모자라 GOP 경계병 면회까지 허용해주고, 자율휴가제를 시행하면서도 경계병 복무기간은 단축시킨다니 이런 농담이 나올 만도 하다.


국민은 기가 살아 있고, 적과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군대를 원한다. 단지 군대의 비민주적인 조직관리체계와 인권을 무시하는 욕설·구타 등의 후진적 병영문화를 근절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을 뿐이다. 군 개혁의 방향과 방법에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훼손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소한 과오도 엄벌하도록 법과 규정을 강화하고, 생활관 등 취약지역 CCTV를 설치한다면서 가혹행위 신고 포상제를 도입해 군 파파라치를 양산하겠다는 발상은 전우애는커녕 상호 불신과 증오를 키울 뿐이다. 심리상담관 및 인권교관을 늘리고 열악한 생활관을 개선하는 일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조치이고, 이제는 한술 더 떠 동기생끼리만 훈련과 작전을 하도록 하겠다는 선심을 베푸니 육군을 동네 병정놀이 집단으로 전락시키려나 보다. 걱정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군대의 존재가치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이 발발한다면 최단시간 내에 최소의 피해로 승리해 전쟁을 종결짓는 것이다. 이 가치와 목표는 불변이다. 만일 이 가치와 목표를 해치는 정책을 도입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매국적 행위로 지탄받아야하며, 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거나 물러나게 해야 한다. ‘빈대 잡기위해 초가삼간 태우는무능한 사람에게 국가방위를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군대는 현대화된 무기와 장비 등의 보급물자, 효율적인 편성, 조직 등의 유형전력과 함께 훌륭한 교리 및 작전계획, 인화단결, 강한 훈련으로 숙달된 우수한 전투원 등의 무형전력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부대와 제대별 전투력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또 전투조직 내에서는 리더와 부하, 구성원들이 상호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사를 같이해야 하기에 사기와 군기, 의사소통 및 응집성이 중요시된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투조직 교범과 부대 편제는 수많은 전투의 승패 요인을 분석하고, 무기나 전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참모총장이라 하여 충분한 검토와 합의 없이 자의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전투조직 개편을 공표한 참모총장에게 몇 가지 묻고자 한다.


첫째, 분대장, 부분대장, 자동화기사수, 부사수, 유탄사수 등을 동기생만으로 편성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둘째, 박격포 등 공용화기 분대의 분대장, 사수, 부사수, 탄약수 등의 직책을 동기생만으로 편성된 분대에서 어떤 기준으로 부여 할 것인가. 셋째, 이등병 분대와 소대, 병장 분대와 소대의 전투력 불균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넷째, 이등병 소대의 임무수행이 가능다고 여기는가.


물론 보도 내용만으로 참모총장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시행에 따른 여러 난제가 있음을 참모총장이 모를 리 없다. 그렇지만 한탕주의식 발표로 혼란을 자초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원칙이 흔들린다면 더 큰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특히 병사들은 동기생이라 해도 나이와 성장환경, 학력수준, 성격 등 특성이 다양한 인위적 집단이라 이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오합지졸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단순히 구타나 가혹행위 감소효과만을 노려 유사시 임전필승은커녕 백전백패가 뻔히 보이는 졸속 방안을 대책이라고 제시한 군 지휘부의 사고가 걱정스럽다.


국방부에서 하달한 병영생활행동강령을 보면 첫째,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 조항으로 작전, 훈련, 교육, 근무 등 공적인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직무상 합법적인 지시가 필요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예를 들어 포술훈련 간 사수가 부사수에게, 각종 교육 시 조교가 피교육생에게, 경계근무 간 조장이 조원에게 직무수행과 관련된 지시사항 등은 가능하다.”고 하였다. 사수나 선임병의 전수교육 및 지도 없이는 효율적인 교육훈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훈련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선임병이 교육훈련 지식과 경험을 후임병에게 자상하게 지도하는 과정에서 끈끈한 전우애가 형성되기도 한다. 또한 분대장과 분대원, 소대장과 소대원끼리는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전시와 평시를 불문하고 전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고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 선임병이 후임병을 지도하면 구타나 가혹행위, 폭언이 뒤따를 것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참모총장까지도 강한 군대, 강한 군기의 개념과 철학을 잃고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모총장 취임 후 첫 인사 명령이 28사단 윤 일병 사건 보고누락에 책임을 묻는 것이었건만 외압에 의해 하루 만에 뒤집히고, 구타 및 가혹행위가 계속되는 부대는 해체시키겠다는 책임회피성 조치를 발표해 그 실효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키우고, 기존의 정상적 분대 소대편성을 동기생만으로 편성하겠다는 발언으로 군 전투력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참모총장은 오히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


참모총장이 이처럼 우왕좌왕하면 병영문화 혁신에 대한 진정성까지도 의심받는다. 병사들의 구타 및 가혹행위 방지는 큰 틀에서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병사뿐 아니라 장교와 부사관들의 진급, 보직의 공정성 보장을 통한 자긍심 고취와 인성교육 강화, 장병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를 정착시켜야 군대 악성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지나친 조급증에서 벗어나 장병과 국민들이 공감하며 믿을 수 있는 근본적 혁신안을 발굴하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고민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민의 군대이니 참모총장 스스로 국민의 뜻을 받드는데 한 치 부끄러움이 없다면 외압을 두려워 말고 병영문화혁신의 선봉에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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