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료

상대를 높이고 나를 낮추는 높임말 에티켓(2010.11.15 매일경제)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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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우리말이고 그중 어려운 게 존칭과 경어, 즉 높임말이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잘 훈련되지 않고, 사회에 나와 직장을 다니게 되며 비로소 생활 속에 터득을 하는 경우다. 그러나 잦은 실수를 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고,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서다. 비즈니스에서는 존칭과 경어가 기본이다. 바로 쓸수록 분위기와 인상이 고급스러워지고 잘못된 호칭을 사용하면 버릇없고 잘 못 배운 인상을 주게 된다.

김과장은 김과장님?

경력직원이 새로 입사해 팀에 합류했다. 젠틀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그였지만, 독특한 버릇이 있었다. 상급자를 부를 때 직함에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김차장, 이건 어떻게 처리할까요?’, ‘박부장, 오늘 회의 일정 가능하십니까?’ 라는 식이었다. 늘 깍듯하게 ‘차장님~’, ‘박부장님~’으로 부르던 팀원들은 식겁했다. 동료 하나가 왜 차장이나 부장을 부를 때 ‘님’을 안 붙이는지 물었다.

‘원래 직함의 장(長)에는 존칭의 뜻이 포함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직함에 존칭을 붙일 필요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맞는 것일까?

정답부터 말하면 ‘틀렸다’. 직함은 회사 내에서의 신분을 뜻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존칭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님’을 붙이는 것이 우리 정서에 맞다. 굳이 주변을 불편하게 하며 ‘님’을 빼고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단, ‘님’자를 빼는 직장도 있으니 그 회사의 관례를 따르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호칭은 조직의 문화

어떤 회사에서는 직함이 없는 일반 직원에게 ‘사원’이라 붙이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주임’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냥 ‘00님’, ‘××님’이라 부르는 곳도 있다. 여직원들이 많은 회사에서는 ‘언니’라는 호칭이 통용되기도 한다. 첫 직장에서 멋도 모르고 여자 선배에게 ‘언니’라 불렀더니 ‘여기가 호스티스 대기실인 줄 아느냐!’라는 매서운 야단을 들은 적도 있다.

비즈니스에서 호칭은 일종의 ‘문화’다. 호칭을 바로 쓸수록 분위기와 인상이 고급스러워지고 격이 높아진다. 반대로 잘못된 호칭을 사용하면 버릇없고 잘 못 배운 인상을 주게 된다.

불편하지 않는 것이 존칭과 경어의 기준

호칭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들어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그중에서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몇 가지를 알아보자.

우선 직함이 없는 직원들끼리 서로를 부를 때는 ‘아무개 씨’라 하면 된다. 성은 붙여도 좋고 붙이지 않아도 좋다. 어떤 직종에서는 ‘선생님’으로 부르기도 한다. 남자 직원이라면 동료 남자 직원에게 성을 붙여 ‘김형’, ‘박형’이라 부를 수 있다. 이름만 붙여 ‘아무개 형’이라 부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 동료지간에 직함이 있으면 ‘님’은 빼고 ‘박 과장’, ‘조차장’ 등으로 부르면 된다. 상급자에게는 앞서 내용처럼 ‘김 과장님’, ‘박 차장님’ 등으로 ‘님’을 붙여 부르는 것이 예의다.

높은 사람 앞에서 높은 사람을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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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에만 예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둘이 대화할 때 다른 사람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도 중요하다. 가장 흔한 실수는 윗사람과 대화할 때 그보다 더 낮은 윗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사원이 부장과 대화하면서 과장을 지칭하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김 과장님이 그렇게 지시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면 틀렸다. 바르게 하려면 “김 과장이 그렇게 지시했습니다.”라거나 “김 과장님이 그렇게 지시했습니다.”고 해야 한다.

무슨 차이냐 하면 ‘께서’ 등의 극존칭과 경어는 적절히 생략하고 직함은 평소대로 부르는 것으로 족하다는 얘기다. 높은 사람 앞에서 그보다 낮은 사람을 이야기할 때는 존칭과 경어는 생략하는 것의 예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경직되게 사용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불편해진다.

‘사장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행사 등에서 “지금부터 사장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역시 틀린 표현이다. 이미 ‘말씀’이라는 단어에 사장에 대한 높임말이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말씀이 있겠습니다’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과도한 높임, 반복적인 높임은 오히려 값싸 보인다.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도 틀린 표현이다. ‘(윗사람이) 말씀을 하다’ 또는 ‘(내가, 우리가) 말씀을 드리다’ 그리고 ‘(윗사람의) 말씀이 있다’의 세 가지 경우만이 존재한다.

내 이름? 부모 이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름이나 자신의 상사의 이름을 알려줄 때도 자주 틀린다.

‘저는 박자 정자 연자라고 합니다.’

‘저희 사장님 성함은 김자 돌자 쇠자입니다.’

라는 식이다.

모두 틀렸다. 이름자를 하나하나 떼어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부모 이름을 말할 때 뿐이다. 그런 경우에도 성자는 따로 ‘본은 밀양입니다’라는 식으로 표현해야 맞는다. 상대의 이름을 확인할 때도 “최자 순자 영자 고객님이십니까?”라고 묻는 것도 틀렸다. 모두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또박또박 공손히 발음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가씨라 부른다고 다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

남자들 중에는 낯선 여성에게 ‘아가씨’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아가씨들은 이 호칭을 불쾌해한다. 아가씨는 원래 처녀의 높임말로 하인이나 종이 주인의 딸을 부르던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높임말로 사용하지 않고 여기저기 쓰면서 경칭(敬稱)이 비칭(卑稱)이 돼버린 예다.

말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르며 사회와 함께 변화하게 마련이다. ‘아가씨’처럼 듣는 사람 누구나 불쾌할 말은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애매한 시점에 걸린 말들도 있다.

‘수고하세요’와 ‘고맙습니다’는 아랫사람에게만

‘수고하세요’와 ‘고맙습니다’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윗사람에게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어색하고 귀에 거슬려 하는 어른들도 적지 않다. 두 가지 모두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이렇게 표현하고 싶으면 ‘잘 마치시길 바랍니다’ 또는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한다.

왜냐고 묻지 말라니까!

‘요’만 붙인다고 높임말이 아니다. ‘왜 그렇게 기분 나빠하세요?’라든가 ‘대체 왜 그러십니까?’라는 표현은 높임말이 아니라 따지고 대드는 내용이다. 상대에게 이유를 묻고 싶다면 ‘왜’가 아닌 ‘어떤’ ‘무슨’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어떤 상황이십니까?’가 맞다.

얼마 전 팀원에게 업무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일찍 가서 주변 상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팀원은 출발한 시간이 되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시간낭비 같아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사무실 분위기는 냉기가 돌고 그 이후의 일은 설명하지 않아도 추측 가능할 것이다.

높임말이란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표현이다. 윗사람의 의견에 반하거나 부당함을 경어를 통해 완화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방식의 의견 조율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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