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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존중과 안전의식(2013.10.7 충북일보)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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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밑바닥처럼 고요하고 꿈쩍하지 않을 듯 견고하게 내리 쬐던 8월의 폭염이 어느 덧 사라졌다. 계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아침, 저녁으로 벌써 쌀쌀해졌고, 길가의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찬바람에 콧물이 주르르 흐르는 가을의 가운데로 순식간에 우리를 데려왔다.
여름은 자연이 사람을 압도했다면 아마도 그 미안함으로 인해 가을을 데리고 와서 풍성한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하는가 보다. 
울긋불긋 멋진 풍광을 지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봄의 새순에서 초록과 짙은 녹음 끝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풍은 그야말로 클라이막스라고 할 만큼 매력적이다.
또 가을은 단풍만이 아니다. 송이, 능이, 싸리버섯 같은 버섯과 각종 열매 등 풍성한 먹거리가 잔치상을 가득 채우기에 더욱 반가운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의 초대에 광적인 반응을 보인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레져, 캠핑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아마도 이 가을 산하는 한 여름 폭염만큼이나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도 이 가을의 초대에 예외가 없고, 맘만 먹으면 삼삼오오 산과 들로 나가 가을을 즐길 것이다. 그런데 자연의 초대에 반갑지 않은 것이 있다.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기에 찾아오는 것이 바로 산악사고다.
가을잔치에 초대되었으나 존중하고 배려하는 맘 없이 그져 나만의 공간으로 착각하거나 모두 내 것처럼 욕심을 낸다면 사고는 바로 내 앞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매년 산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로 인해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119구조대원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때의 주말 출근은 구조대원들에게는 긴장의 연속이다.
현장에서 현장으로 뛰어 다니는 경우도 많고, 퇴근도 못한 채 산속의 밤을 헤매고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험난한 등산로를 벗어나 독불장군처럼 가는 사람도 있고, 버섯이나 열매를 몽땅 다 따서 배낭에 가득 채 울 욕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속을 헤매다 조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을의 초대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내 본분에 맞게 내 길을 가는 것이지 남들 간다고 힘에 부치는 길을 가서는 안될 것이다. 
또 내가 가질 수 있는 만큼만 허락한 자연을 존중해야한다.
올 해가 끝인 것 마냥 배낭이 터지도록 따고도 모자라 씨를 말리는 그런 행동을 자연은 용납하지 않는다.
자연의 존중과 배려가 반드시 다시 내게 돌아오는 것이 바로 순환이다.
오늘이 끝이 아니고 내일과 먼 미래가 함께 있기에 자연의 초대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대할 때 자연은 우리에게 끝임 없이 베풀고 초대할 것이다.
산행을 하기 전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인가 겸손하게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내가 가질 수 있는 만큼만 갖고, 여분은 남을 위한 남겨두는 여유와 배려가 있다면 아마도 이 가을의 향연이 더 향기롭고 즐겁지 않을까 한다.
더불어 가을 아침에 출근하는 우리 구조대원들의 발걸음도 가벼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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