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향기

공자(孔子)와 안회(顔回)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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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회(顔回)는 배움을 좋아하고 성품도 좋아 공자(孔子)의 마음에 든 제자였다. 하루는 공자의 심부름으로 시장에 들렀는데 한 포목점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끄럽기에 무슨 일인가 해서 다가가 알아보니 가게주인과 손님 사이에 시비가 붙고 있었다. 손님이 큰 소리로


“38은 분명히 23인데 왜 나한테 24()을 요구하느냐 말이야.”


안회는 그 사람에게 먼저 정중히 인사를 한 후


당신이 잘못 계산한 것입니다.”하고 말을 했다. 포목 사러온 사람은 안회의 코를 가리키면서 누가 너더러 끼어들라고 했냐? 도리를 평가하려거든 공자님을 찾아야지.”


좋습니다. 공자께서 당신이 졌다고 하시면 어떻게 할 건 가요?”


그러면 내 목을 내 놓을 것이다. 그런데 너는?”


제가 틀리면 관()을 내 놓겠습니다.”


두 사람이 내기를 걸고는 공자를 찾아갔다. 공자는 사유 전말을 다 듣고 나서 안회에게 웃으면서 왈 네가 졌으니 이 사람에게 관을 벗어 내 주거라.’라고 하였다. 안회는 순순히 관을 벗어 포목 사러온 사람에게 주었다. 그 사람은 의기양양 관을 받고 돌아갔다. 안회는 공자의 판정에 대해 겉으로는 내색을 할 수 없었지만 속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 스승이 이제 늙고 우매하니 더 이상 배울게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안회는 집안일을 핑계삼아 공자에게 고향으로 잠시 다녀 올 것을 요청하였다. 공자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락하였다. 떠나기 직전에 공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었는데 공자가 일을 처리하고는 즉시 바로 돌아 올 것을 당부하면서 안회에게 "두 마디" 충고를 해주었다.


"천년고수막존신(千年古樹莫存身)"


"살인부명물동수(殺人不明勿動手)"


안회는 작별인사를 한 후 집으로 향해 달려가다가 길에서 갑자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큰 소나기를 만나 잠시 비를 피하려고 길옆 오래된 고목나무 밑으로 뛰어 들어 가려다가 스승의 첫 마디인 천년고수막존신(千年古樹莫存身 천년 묵은 나무에 몸을 숨기지 말라.)’을 떠올리고 주춤했다. 그 순간 번쩍하면서 고목이 번개에 맞아 새까맣게 탔다.


안회가 놀라움에 금치 못하며 한참을 달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심야였다. 그는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가 보검으로 아내가 자고 있는 내실 문고리를 풀었다. 컴컴한 침실 안에서 손으로 천천히 더듬어 만져보니 침대 위에 두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화가 치밀어 검으로 내리치려는 순간 공자가 충고한 두 번째 말 살인부명물동수(殺人不明勿動手 명확치 않고서는 함부로 살인 하지 말라.)가 떠올랐다. 얼른 촛불을 켜보니 침대위에 한쪽은 아내이고 또 한쪽은 자신의 누이동생이 자고 있었다.


안회는 다음 날, 날이 밝기 무섭게 공자에게 되돌아가 무릎 꿇고 말하였다.


스승님 말씀 덕분에 제가 살고, 제 아내와 누이동생을 살렸습니다. 어떻게 사전에 그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공자는 안회를 일으키면서 답했다.


어제 날씨가 건조하고 무더워서 다분히 천둥 번개가 칠 수가 있을 것이고, 너는 분개한 마음에 보검을 차고 떠나기에 그런 상황을 미리 예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너는 어제 내 판정을 내가 너무 늙어서 사리 판단이 분명치 못해진 것으로 보아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니냐. 그렇지만 한번 잘 생각해보아라. 네가 지면 그저 관하나 내준 것뿐이지만, 만약에 네가 이기면 그 사람은 목숨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해 보거라. 관이 더 중요 하더냐, 사람 목숨이 더 중요 하더냐?”


안회가 비로소 이치를 깨닫게 되어 자 앞에 다시 무릎 꿇고 큰 절을 올리면서 말을 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대의()를 중요시하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시비()를 무시 하는 스승님의 도량과 지혜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그 이후부터 안회는 스승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자료 제공> 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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