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뉴데일리 2014.8.16> 정두근 총재 기고문1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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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적이고 비인간적으로 전락한 군, 대안은 "존중배려"


-참담한 병영문화
, 역대 군 수뇌부 책임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군은 존재 가치가 없어



"군대의 존재가치는 적과 싸우면 이기는데 있어"
"진정한 군기는 면종복배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책임완수"
"병영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 필요"




<뉴데일리>의 칼럼 의뢰를 받고 마음이 착잡했다. 40년간 군에 몸담았던 필자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군의 치부를 들춰내고 옛 상관과 동료 및 후배들을 비판한다는 것이 몰염치한 행동이 될 수 있기에 인간적 고뇌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군기문란사고를 부끄럽고 참담하게 지켜보며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병영문화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 먼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이번 기회에 반드시 병영문화혁신을 이루도록 신명을 바칠 것을 다짐한다.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의 비통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육군 22사단에서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이어서 28사단 윤 모 일병이 선임 병들의 집단 구타와 상상할 수 없는 가혹행위 및 인권침해 행위로 사망했고, 군에서는 이를 수개월 동안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실로 믿기 어려운 폭로가 뒤따랐다.


 


이어 같은 사단 병사들이 둘이나 휴가 중 자살로 아까운 삶을 마감했다. 그 중 한 명은 부대 내 가혹행위를 암시하는 유서까지 남겼다.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는 공분을 넘어서서 군에 대한 불신으로 치달리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군은 존재 가치가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과거 군인가족이었거나, 현재 군인가족이고, 미래의 군인가족이다. 그러한 국민들이 군을 원망하고 더 이상의 신뢰를 거두어들인다면 이는 전적으로 군의 책임이다.


 


현역 병사들 부모는 자식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입대 예정 장정 및 부모들의 입대 거부 움직임까지 거론되고 있음에도 국방부와 육군의 후속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기껏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허가를 검토하겠다는 졸렬한 발표로 스마트폰 규제와 부대 내 가혹행위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국민들로부터 비웃음만 샀다. 부대에 그린 존을 설치하겠다는 고식지계도 마찬가지이다. 특정지역이 아닌 전 부대가 그린 존이어야 한다.


 


사단장 재직시절 실천한 "상존배 병영문화운동" 효과 거둬


 


필자는 200310월에 육군 제32사단장으로 취임한 후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3건의 구타사건을 발견해 병사 7명을 구속하고 10여명을 영창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군기 확립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부모 마음으로 병사들을 지휘 통솔해야 할 사단장으로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했다.


 


필자의 오랜 군 생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 일제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잘못된 병영문화탓이었다. 신병으로 부대 배치를 받으면 의례적으로 폭언과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선임병이 되면 후임병을 똑같은 방법으로 괴롭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이로 인한 피해병사는 물론이고, 처벌 받는 병사, 지휘책임으로 징계 받는 간부, 그리고 그 가족 모두가 피해자로 고통 받는 병영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필자가 시작한 것이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운동’(이하 상존배 병영문화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상호간에 존중어 사용하기, 경례 후 정감어린 인사말 나누기, 경청하고 칭찬하기 등 올바른 예절의 생활화라는 3대 실천과제를 습관화 · 생활화해 우호적인 전우관계를 만들기위한 행동실천운동이었다.


 


시행 초기에는 사단 장병들은 물론 군 수뇌부와 장군, 예비역 등 숱한 사람들이 군 기강 해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상존배 병영문화운동은 32사단에서 시작해 육군훈련소장과 6군단장으로 재직하면서도 계속 시행했다. 아무 부작용 없이 상존배 운동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불과 6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상존배 운동으로 군기가 이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우관계가 강압적, 형식적 질서에서 존중과 배려의 우호적 질서로 바뀌어 자발적 복종은 물론, 자율적 협조가 이루어져 군기는 더욱 강화됐다.


 


 


 


 


장병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화합 단결해 교육훈련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6군단은 ‘08년도 전투지휘검열 우수부대로 선발되어 참모총장 표창까지 받았다. 이로써 상존배 병영문화운동이야말로 선진병영문화를 통한 강한 군대를 육성의 첩경임을 입증할 수 있었다.


 


32사단장, 육군훈련소장, 6군단장을 하는 동안 한두 명의 상급지휘관은 공감하며 시행을 허용해 준 반면에 나머지 대부분의 상급지휘관은 상존배 병영문화운동을 중지하도록 강요했다.


 


2008년 군 수뇌부 "하급자 존칭어 금지"2014"불상사" 불러


 


 


특히 군단장을 마치고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보직된 직후인 200812월에 MB정부 첫 국방부장관은 군인다운 군인·군대다운 군대 육성과 군 재조형이라는 슬로건 하에 병 상호간 언어 사용 시 하급자에 대한 존칭어 (하시오, 합시다. 할래요. 할까요)사용 일체금지라는 지시를 공식문서로 하달했다.


 


그러자 육군본부에서는 중대장은 행정보급관(중사, 상사), 소대장은 부소대장(하사, 중사)에게 반드시 반말을 하라는 지시까지 예하부대에 하달했다.


 


필자는 2009년 무궁화회의(육해공군 장성들 소집교육) 등에서 국방부 및 육군본부의 수뇌부 지시가 잘못된 것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존중어 사용을 주장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무반응에 싸늘한 냉대뿐이었다.


 


2000년도 초반부터 병영문화를 개선하기위해 각 부대별로 많은 노력을 했다. 이로 인해 악습의 문화가 일부 바로잡히는 성과가 있었으나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리더는 인기영합주의자로 매도당하기 일쑤였고, 하급자에게 반드시 반말을 하라는 지시가 하달된 후부터는 수직적, 권위적인 리더십과 억압적, 폭력적인 병영문화로 되돌아갔다.


 


그 결과가 오늘의 참담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주도한 사람들과 현재까지 개선하지 못한 군 수뇌부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이유이다.


 


건강한 병영문화의 유일한 방법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


 


1970년대에도 볼 수 없었던 후진적이고 비인간적인 군대로 전락한 군을 하루속히 21세기 선진군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다행히 국방부에서는 100여명의 ··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방부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약 20가지의 병영문화 혁신방안을 보면 대부분 이전에 발표했던 내용의 재탕, 삼탕이라 안타깝다. 과연 국방부에서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군대의 존재가치는 적과 싸우면 이기는데 있다. 사고예방이라는 목적 때문에 전투편성을 무시하고 동기생끼리 생활관을 편성해 시행하는 부대가 많다. 분대장이 분대원을 모르고 분대원 서로가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전투지휘가 이루어 질것이며 전우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생각과 행동이 나오겠는가?


 


오로지 사고예방이라는 보신주의에서 비롯된 이러한 지극히 편의주의적이고 비전투적인 방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또한 전우를 신고하면 포상을 하겠다는 발상도 전우 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이간질 시키는 졸렬한 방안이다. 생활관 CCTV 설치나 휴대전화 허용문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보고된 혁신방안을 보면 양질의 자원 선발과 위반병사 처벌 및 감시강화, 부적합자 신속한 처리, 복지여건 및 근무 환경개선, 장비와 인력보강 등 하드웨어적 요소에 치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악성사고는 선임병이나 간부들이 언어폭력과 가혹행위, 구타 등으로 반복적인 고통을 주거나 자존심을 훼손 했을 때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군대와 지휘관은 입대 전 사회에서 정상적인 병사들이 입대 후에 관심병사가 되지 않도록, 사회에서 다소 문제가 있던 병사도 입대 후에 쉽게 적응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과 병영문화를 만들어 주어야한다.


 


생활관의 병사들 끼리 갈등과 반목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좋아하고 고맙고 가까이 하고 싶은 관계가 된다면 관심병사가 최소화되고 관심병사도 정상적인 병사로 순화되어 적응하는 병사가 많아 질 것이다.


 


전우간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마운 마음으로 은혜를 갚을 것이며, 무시하고 고통을 주면 앙갚음을 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진정한 군기는 면종복배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책임을 완수하는 외유내강형 장병이며, 강한 군대는 정과 의리로 화합 단결해 전우와 상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장병들로 구성된 군대이다.


 


그리고 그러한 군대를 양성하기 위한 답은 장병 상호간에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행의 습관화와 문화화에 있다. ‘··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위원들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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