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뉴데일리 2014.8.26> 정두근 총재 기고문2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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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피성 병영문화혁신위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두근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총재(예비역 육군중장)



22사단 총기난동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지난 86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출범하였다. 민관군의 전문가 113명이 참여한 혁신위는 복무제도 혁신(1분과), 병영생활 및 환경개선(2분과), 장병 리더십 및 윤리 증진(3분과) 3개 분과를 편성하였다. 그리고 25일 오후에는 혁신위 출범 후 첫 전체회의가 열려 병 휴가 자율제, 부대-부모-병사 24시간 소통보장을 위한 공용 핸드폰 사용, SNS 소통, 인터넷카페, 영상전화기 설치. 가벼운 폭행과 가혹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내 '영내 폭행죄' 신설, 정상 복무를 하는 장병들을 위한 '군 복무보상제' 도입, 기존 생활관을 자율과 책임의 휴식공간으로 바꾸기, 현역 복무 부적합자 입영차단, 적재적소 보직, 복무 부적응자 관리 처리, 병영폭력 차단 법제도 보완, 우수자원 획득을 위한 인센티브 부여 등 각 분과에서 제시된 방안들을 토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내용만 보면 실망을 넘어 절망감마저 느껴진다. 상당 부분이 선진군대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병영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 해결방안이 빠져 있는 곁가지뿐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혁신위에서 참담한 지경에 이른 군대의 총체적 문제가 무엇인지 과연 진정성을 갖고 진단하였는지 의문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군대는 소프트웨어 부분이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병사들은 잘못된 병영문화로 인권과 인격을 보호받지 못하고 폭언과 구타가 여전하기에 신성한 병역의무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 부사관들도 일부 장교들로부터 인권과 자존감을 훼손당하며 명예심과 자신감이 약화되어 교육훈련과 병사 관리에 소극적이다. 장교 역시 육사 출신들이 진급과 핵심보직을 독점하다보니 비육사출신들의 갈등과 불만이 팽배하다. 이에 따른 상하 동료 간의 일상화된 갈등 누적이 각종 악성 사고의 원인이라는 대한민국 군대의 불편한 진실을 먼저 인정해야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삼척동자도 알만한 이 사실을 오로지 국방부만이 외면하고 핵심을 비껴나가려 하는 까닭이 대체 무엇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혁신위는 장병들의 의식개혁과 병영문화 선진화를 위한 실효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혁신위를 서둘러 발족시킨 근본 이유이고, 혁신위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간부들의 불공정한 인사 관행을 개선하고, 선후임 병사들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어줄 방안 찾기에 좀 더 고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가에 적극적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혁신위가 부담스러운 사람의 고언에는 귀를 막고 비공개에 가까운 회의를 진행한다면, 이는 스스로의 임무와 역할을 포기하는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만약 국방부가 혁신위를 최근의 위기에서 일단 벗어나고 보자는 면피성 요식행위로 이용하려 한다면 국민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현명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하지 말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자기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여론의 군 개혁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는 치욕을 면할 수 있다.


심대평 공동위원장은 "혁신위의 최종 목표는 젊은 병사들이 군에서 보다 더 성숙하고 완벽한 젊은이로 다시 태어나 안전하게 부모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예방책인데 제도, 예산 등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검토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예방책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다. 필자도 이 원론에는 적극 찬동하기에 그나마 희망을 가져본다. 혁신위 위원들은 항상 이 원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필자는 40년 군대생활 중 절반이상을 지휘관으로 재직하다가 3년 반 전에 전역한 장군의 한사람이기에 누구 못지않게 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언한다. 군은 이번 기회에 지난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야말로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쌓은 대한민국 국군의 명예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참고로 필자는 200312월부터 7년 동안 32사단장, 육군훈련소장, 6군단장 등을 역임하며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운동을 펼쳐 큰 성과를 얻은 바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사항을 혁신위에 건의한다.


첫째 장병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 조성, 둘째 병사와 부사관, 장교들의 공정한 인사를 위한 법과 제도의 재정비, 셋째 병영 환경 및 복지여건의 선진화 등이다.


아울러 혁신위가 지나치게 명분이나 형식, 이권단체의 유혹이나 압력, 사고예방 대책에만 매몰되어 군의 임전필승 목표와 핵심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부탁한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대표적인 사례가 전투편성을 무시한 동기생끼리의 생활관 운영이다. 이로 인한 구타방지효과가 일정 부분 있기는 하겠지만 유사시 작전이나 전투 임무수행을 할 때 선후임병 간의 전우애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 전우는 형제이고 가족이다. 한솥밥을 먹고 함께 자며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같은 전우애가 생겨나고, 이 전우애야말로 어떠한 최신무기보다 강력한 전투력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10년 사이에 여러 차례 벌어진 군대 악성사고 때마다 국방부가 내놓은 부실한 대책들과 군 수뇌부 및 고급간부들의 권위주의 리더십, 그리고 무사안일주의가 오늘의 총체적 위기를 자초하였다. 이번만큼은 국방부와 혁신위가 군대와 국가발전을 위해 충분히 고민하고, 군내 기득권 세력의 압력과 회유에 흔들리지 않는 양심적 결단을 내려주기를 갈망한다. 혁신위 활동의 결과로 우리 군대에서 각종 악성사고가 사라져 가고 싶은 군대, 보내고 싶은 군대로 탈바꿈하기를 소망한다. 국민 모두가 바라는 선진병영문화를 위한 개혁은 이제 혁신위 위원들의 양심과 열정에 달려 있다. 병영문화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확신과 소명의식을 갖고 활동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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