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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2-10 23:47:11
  • 수정 2013-12-11 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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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태풍 하이옌 필리핀 중부지방 강타


 지난 1111일 시간당 풍속 379km로 필리핀 중부도시 타클로반 일대를 강타한 초대형 태풍 하이옌은 사망·실종자 7,500(12월 6일 기준)을 남겼다. 그렇지만 가장 큰 피해를 당한 타클로반은 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이 붕괴돼 피해 현황 파악은 물론 구호작업도 쉽지 않다. 게다가 필리핀은 한국처럼 주민등록이 있는 나라가 아니니 이번처럼 대형 재난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 집계가 어려워 사망·실종자 수는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다. 필리핀 국가재해위기관리위원회(NDRRMC)에 따르면 필리핀 중부 태풍 이동경로의 가옥 54만여 채가 붕괴되어 1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1인당 GDP2천 달러 겨우 넘는 나라에서 이 정도 피해라면 필리핀 정부의 힘만으로는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다행히 이재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생필품 등을 약탈하는 행위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타클로반에서는 1천 명 이상의 경찰이 배치되었음에도 곳곳에서 총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정부 식량 창고를 습격해 10만 포대 이상의 비축미를 약탈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필리핀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나라이다. 한국전쟁 때 필리핀은 유엔 참전국으로 군인 7,420명이 참전하여 11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실종되었으며, 229명이 부상당한 혈맹국이다. 필리핀 전 대통령 라모스도 한국전 참전용사였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 화폐에서 두 번째로 고액권인 500페소 지폐에는 필리핀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가 1983년에 암살당한 아키노 상원의원이 한국전쟁 종군기자 시절 보도한 신문기사 '필리핀 제1기갑부대가 38선을 넘어 진격했다.'와 고 김대중 대통령이 1982년 미국 망명시절 그에게 선물한 타자기 사진을 담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필리핀에 보은할 기회를 준 것이 이번 태풍 하이옌이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서 수많은 단체가 필리핀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 등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한때 한국의 필리핀 근로자들이 구타와 월급 체납 등으로 고통 받는 모습이 필리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당시 필리핀 사람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한국인에 대한 복수로 나타나 10만 한국교민은 물론 유학생들까지 불안하게 지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히려 태평양 전쟁 때 그들에게 잔혹한 행위를 했던 일본은 필리핀 재난 때마다 적극적인 구호활동과 지원을 해 이제 필리핀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증오를 거의 잊고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인들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이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동양의 진주로 불리며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누렸던 필리핀 사람들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그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배려가 필요하다. 가톨릭 국가 필리핀에서 일 년 중 가장 큰 축제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건만 지금 마닐라에서는 예년의 축제 분위기를 볼 수 없다. 지금의 고통은 한두 해 지난다고 하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부 관광지를 가득 메운 한국인들이 바로 옆의 태풍피해지역을 외면한다면 한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세부 관광객들이 1인당 관광비용의 1%만 기부해도 이재민 한 명이 보름 이상 견딜 수 있는 식량 지원이 가능함을 기억하자.


필리핀 마닐라 통신원 유화

필리핀국립대학(U.P) 산업디자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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