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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13 18: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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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8일 창군 이래 처음으로 부부 장군이 탄생했다. 언론은 부부 장군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기자를 설레게 한 것은 이번 김귀옥 준장이 송명순 장군에 이은 두 번째 전투병과 여성장군이라는 사실이었다. 군인의 길을 꿈꾸면서도 남성중심문화가 뿌리 깊을 군대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하여 망설이던 기자는 용기를 내어 두 여성 장군 중 한분이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수소문을 하였다. 다행히 전역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송명순 장군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기자 : 안녕하세요?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송 장군 : 반가워요. 엄마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이야기해요.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어요?


기자 : 평소 군인이 되면 잘 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여름방학이면 국토대행진을 했고, 남학생들 틈에서 축구를 하면서도 절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제가 골을 넣기까지 했거든요. 그러다가 작년 겨울, 상존배 청소년인문학당에서 어깨에 별이 세 개씩이나 달린 정두근 장군님을 만났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그때부터 군인의 꿈을 가졌는데 아버지께서 썩 내키지 않는 눈치에요.


송 장군 : 그래요. 여군은 편견을 깨고 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기에 우선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부터 키워야 해요. 현대전은 개인의 육체적 능력으로 적을 섬멸하는 개념에서 최첨단 전략무기로 적 지휘부와 지휘통신시설 등을 무력화시키는 개념으로 바뀌었기에 여군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우리 군도 전체 군인의 5%9천 명이 여군이죠. 내년에는 전체 장교의 7%를 여군으로 임관시킬 계획이에요. 군 여성인력 활용 확대계획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만 해도 2020년경에나 달성하리라 예상했는데 벌써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어요.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해요. 미군은 여군이 214000여명으로 전체 병력의 14.6%나 차지하고 있어요.


기자 : 여군 장교가 되려면 사관학교 진학 외에 어떤 방법이 있나요?


송 장군 : 여군 장교가 되는 길은 남성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되요. 사관학교 진학 말고도 일반대학 졸업 후 각 군 학사장교로 지원할 수 있어요. 또 대학의 학군사관(R.O.T.C)에 지원할 수도 있죠. 전문대나 대학 2년 과정을 마치고 입교할 수 있는 육군3사관학교도 여생도 선발을 시작했어요. 그 외에도 간호사관학교에 진학해 간호장교가 될 수 있고, 군법무관도 있죠.




기자 : 장군님은 어떻게 여군 장교가 되었죠?


송 장군 :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대학졸업 후 지원하는 여군사관제도밖에 없었어요. 29기로 임관했죠. 내 뒤를 이어 전투병과 장군이 된 김귀옥 장군은 31기고요.


기자 : 장군님은 주로 어떤 부대에서 근무하셨나요?


송 장군 : 나는 1981년 임관해서 제1야전군 사령부, 특전사령부 여군대장, 육군 정보학교 영어학교관, 육군 비서실 대외의전장교, 육군 여군대대장, 육군 여군담당관, 육군 훈련소 제25교육연대장, 2작전사령부 민사심리전 과장, 한미연합사 민군작전계획과장, 2010년 합참 민군작전과장으로 재직하다가 장군이 되어 합참 해외정보차장을 지냈어요. 원래 군에서 내 전문분야는 전쟁 시 북한지역과 주민에 대한 안정화 지원이었어요. 북한 안정화 지원 주목표는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안정화 작전에 있어서 여성인력은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반드시 필요해요. 우리 민족이 지향해야 할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여성이 해야 할 몫은 지대합니다.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해야 해요. 그런데 장군이 되어 해외정보를 맡음으로써 이 분야 전문성을 계속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어요. 그 대신 지금은 대학에서 국가안보학을 강의하고 있어요.


기자 : 군대는 남성중심문화일 텐데, 여군에 대한 차별이 있지 않나요?


송 장군 :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최근 군은 여군에 대한 존중과 정책적 배려를 많이 하고 있어요. 오래 전부터 부부군인은 같은 부대나 동일지역에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모성보호차원에서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최대한의 조치를 우선적으로 해주고 있어요. 또 폭발물 처리나 과도한 소음·진동에 노출되는 직위에는 보내지 않아요. 4세 이하 자녀를 둔 여군에게는 자녀를 돌봐줄 부모나 친인척이 있는 연고지 선택 근무제를 실시하는가 하면, 출근시각을 1시간 전후로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도 의무화하고 있어요. 물론 군인은 많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기에 임무와 가사 분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만 않지만 생각보다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이런 문제로 여군 지원을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아까 학생 아버님께서는 딸의 여군 지원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는데 나는 충분히 이해해요. 아버님 세대가 군 생활하실 때 여군의 위상은 지금과 전혀 달랐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육군본부에 여군과가 처음 설치된 것은 한국전쟁 중인 195111월의 일이에요. 그렇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군대조직에 여성이 입문한다는 것은 사회적 금기를 깨는 파격이었어요. 그러나 현재의 여군은 실용적 존재라 단언할 수 있죠. 군도 이제는 수많은 여성인력이 조직내부에 미치는 새로운 파워를 인정하고 있어요.


기자 : 장군님 말씀을 듣다보니 저도 용기가 납니다. 제가 오늘 장군님 만난다니까 어머니께서는 장군님의 가정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던데요.


송 장군 : 그러실 거예요. 우리 세대에는 여성이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고향이 경주인데 대구 경북여고와 영남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한 뒤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1981년 육군 소위로 임관했어요. 중위 때 같은 군인인 남편을 만나 1985년 결혼했고, 남편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에 근무하다가 중령으로 예편했어요. 내가 장군 진급을 하고 나서죠. 아이들은 큰 딸과 밑에 아들 한 명이 있어요. 이 정도면 됐나요?(웃음)


 


기자 : 장군님은 현재 대학교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시는데, 군이 아니라도 사회진출을 앞둔 학생들에게 주로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송 장군 : (이 질문에 대하여 송 장군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답한다.) 첫째는 기본을 갖추기 위한 노력, 둘째는 소통의 리더십 개발, 셋째는 주변을 아우르는 상호존중과 배려입니다. 어떤 조직이든 능력 없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중장기 인생 목표를 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한 노력과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열정을 바쳐야겠지요. 그 다음은 소통의 리더십 개발이죠. 현대사회의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창의적사고와 자율적 열정으로 발전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팔로워십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능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변을 원만하게 아우르는 상호존중과 배려의 정신 함양입니다. 함민복 시인의 시집 제목에 말랑말랑한 힘이라는 것이 있어요.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후배들에게 물 흐르듯 유연하게, 그러나 절대 강하게를 누누이 강조해요. 공동의 목표와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말랑말랑한 힘이고 유연성 있는 소통입니다. 내가 장군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부드러운 리더십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아까 학생이 정두근 장군님을 뵌 적이 있다고 했는데 나 역시 육군훈련소 연대장으로 있을 때 훈련소장으로 부임하신 정장군님께 상호존중과 배려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익혔기에 장군이 될 수 있었어요. 거칠고 험한 남성위주의 군 조직에서 내가 30여 년을 큰 과오 없이 지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기에 후배들에게도 자신 있게 조언할 수 있습니다.



송명순 장군은 인터뷰 내내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감성으로 기자의 질문뿐 아니라 삶의 방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다가도, 여성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는 단호한 표정으로 장군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더라도 여성 리더십은 유연한 상호작용 관계를 지향하고, 독단적이지 않으면서 조직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민주적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따라서 모든 상황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 때는 여성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유리하니 이러한 여성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는 리더십 배양을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송 장군의 당부였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군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겨울 추위를 녹이고도 남음이 있었다.


 


학생기자 정지원


경기 과천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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