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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1-09 13:31:01
  • 수정 2013-11-13 12: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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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1일 서울 서초동 흰물결 화이트홀에서는 매우 뜻 깊은 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공연한 에파타 성가대 20명과 플라마 밴드 6명은 지휘자를 제외한 모든 단원이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712월에 결성하여 201111월 창단 24년 만에 서울 논현동 성당에서 감격스러운 첫 정기연주회를 가졌고, 올해는 격식을 갖춘 공연장에서 음악회를 연 것이다.



개포동의 성라파엘 사랑결 성당(주임신부 고형석 스테파노 http://club.catholic.or.kr/rapael)에 매주 일요일 모여 점자 악보로 눈물겹게 익힌 성가 공연을 시작한 이들은 옆 사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완벽히 화음을 맞췄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들이 어둠의 고통 속에서도 기쁘게 살아가는 이유를 알았다. 안마사 등으로 고달프게 살아가는 육체의 한계가 사랑의 하모니 앞에서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확인하고 함께 감동하는 기쁨에 공연장은 눈물과 탄성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들이 선택한 곡 중 하나인 Lux Aeterna(영원한 빛)은 시각장애인들이 정상인들에게 비추어 주는 빛이었다. 멀쩡하게 눈뜨고 지내면서도 빛보다 어둠을 더 바라보며 온갖 고뇌와 갈등을 끌어안고 사는 정상인들을 향해 성인들과 함께 변함없는 빛을 비추소서.’라며 노래했다. 관객들의 눈물은 자신 삶에 대한 부끄러움과 회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합창에 이어 시각장애인 청년 밴드 플라마가 눈에 보이지 않는 키보드와 드럼, 기타를 능수능란하게 연주했다. 이들의 연주 솜씨는 보지 못한 채 어떻게 악기를 다룰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2010년 불꽃이란 뜻의 라틴어 'Plamma'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창단한 이들은 악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수백 번 노래를 들으며 각자 악기에 맞는 음을 체득해 연주한다고 한다. 오로지 옆 사람 악기 소리로 전체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이들의 연주는 3년 가까이 맞춰온 호흡 덕분에 공연 중 화음이 조금 맞지 않더라도 애드리브로 금세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보컬 안승준 씨는 악기에 뒤지지 않는 성량을 뽐냈다. 멋진 선글라스를 낀 드럼 이승준 씨는 연주하기 전 손끝으로 위치를 파악해둔 심벌과 스네어에 정확히 스틱을 내리쳤다.   키보드 김찬홍한윤미 씨와 기타 김기상 씨, 베이스 홍종수 씨도 맛깔난 리듬으로 곡의 흐름을 조율했다.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이들은 온몸으로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들의 초청 공연이나 후원을 원하는 단체나 개인은 사랑결성당 사무장 홍승완 스테파노(swanstephen@nate.com)에게 연락하면 된다.



 앞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는 "세상에서 가장 좋고 아름다운 것들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다만 마음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했다. 이 말처럼 공연장 바깥에서는 시각장애인 사진전 마음으로 보는 카메라가 열렸다. 시각장애인들이 눈으로 보고 싶은 것들을 도우미에게 전하고 도우미의 손길을 따라 마음에 담은 장면을 카메라로 옮긴 작품들이기에 마음으로 보여주는 사진이고, 더불어 마음으로 보아야만 소통할 수 있는 사진전이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진전을 연다는 것은 기자와 같은 범인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존중과 배려의 힘이 이 기적을 창조했다. 시각장애인들을 누구보다 존중하고 배려한 사랑결 성당 봉사자들, 지휘자, 사진촬영 도우미 모두 기적을 일으킨 주인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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