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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1-19 21: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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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815, 일본이 말하는 전후 50주년 종전기념일에 당시 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식민지배를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무라야마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고 식민지배를 하여 주변국에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히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하였다. 일본이 식민지배를 가장 전향적으로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이후 일본의 모든 정권들은 표면적으로나마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지난 해 422일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과거사 역행 발언을 하였다. 다음 날에는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충격적 발언으로 침략 자체를 부인하려는 속내를 드러내었다. 게다가 우리와 중국의 분노에 맞서서 한국 또는 중국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겠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는 뻔뻔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처럼 가슴에 못을 박는 말들은 우리를 안녕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비단 일본 우익 정치인들뿐이 아니다. 지난 연말 중국 신화통신이 꼽은 세계 8대 굴욕사건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를 부끄럽게 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의 해명 기자회견 내용이다. 성추행 피해여성이 인턴임을 강조한 그의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듣기에 따라서는 사회적 약자는 성추행도 감수해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이었다. 정치인들의 성추행과 막말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이런 추론을 지나친 억측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비단 정치인뿐이 아니다. 신성해야 할 법정에서 판사의 막말도 끊이지 않았다. 작년 10월 피고도 아닌 60대 여성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라고 했던 판사는 또 다른 여성 피고에게 여자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라며 여성 비하를 서슴지 않아 물의를 빚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막말은 단순히 품격의 문제가 아니다. 이 여파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막말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으로 자리 잡을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방송까지 막말 경쟁에 가세하여 청소년들의 습관적 욕설과 인터넷 언어폭력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이 되었다   

   국립국어원의 청소년 언어실태 언어의식 전국 조사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전체 응답자 1695명 가운데 97%에 해당하는 1641명이, 중고생은 전체 응답자 4358명 가운데 99%(4309)가 비속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욕설·협박·저주·비하 등 공격적 언어 표현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초등학생은 60.7%, 중고등학생은 80.3%였다. 공격적 언어 표현의 유형으로는 초등학생은 욕설이 54%로 가장 많았고 험담 12%, 비하 11% 순이었다. 중고생은 욕설 72%, 비하 8.1%, 저주 7.5%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학교생활에서의 욕설 사용실태 및 순화대책보고서 역시 우리나라 초··고생 가운데 욕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생은 2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고생 1260명을 조사한 결과 욕설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의 5.4%(68)에 불과했다. 욕설을 처음 배우는 시기는 초등 고학년(58.2%), 초등 저학년(22.1%) 등 초등학교 때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욕설을 배우는 경로는 친구(47.7%)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인터넷(26.4%), 영화(10.2%), TV 프로그램(4.3%) 등이 뒤를 이었다. 학생들이 주로 쓰는 욕설은 복수응답 조사 결과 ’(20.0%), ‘’(15.8%), ‘○○’(12.2%), ‘미친’(9.9%) 순으로 조사됐다. 욕설을 하는 대상은 친구(70.3%)가 대부분이었지만, ‘아무한테나 한다.’고 답한 학생도 5.2%로 조사됐다. 욕설을 하는 이유는 습관’(25.7%), ‘남들이 쓰니까’(18.2%), ‘스트레스 해소’(17%) 등이었으며 남들이 만만하게 볼까 봐’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비웃기 위해욕설을 한다는 응답도 각각 8.2%4.6%로 나타났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내뱉는 언어폭력 문제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40.7%자주 또는 가끔교사에게 욕설을 들었다고 답했으며, 34%는 부모에게서 욕설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를 지적하기 이전에 어른들부터 언어 순화 노력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매인다.”

   구약성서 잠언의 문구이다.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막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운동은 아래가 아닌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는 배려문화로 막말을 추방해야 사회통합도 가능하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존중과 배려는 언어로부터 시작한다. 그렇기에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에서는 진작부터 상호 존중하는 언어 사용하기를 주요 실천과제로 삼고 있다. 말에 의한 상처는 가까운 사이에서 받기 쉬우므로 우선 가족 간의 언어예절을 지켜야 한다. 어른에게 정성이 담긴 존댓말을 사용하는 일은 당연하고, 부부끼리도 존중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가정이 화목해지고, 이를 보고 자란 자녀들의 언행도 순화된다. 이 때문에 옛날 사대부 집안에서 부부는 물론이고, 자식에게도 존대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학교에서도 학생에게만 선생님께 정성어린 존대어를 사용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존중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존중어 사용을 학생과 선생님 사이뿐 아니라 교직원 상호간, 동급생 및 선후배로까지 확산시킨다면 청소년 언어순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대결과 증오를 키우는 언어폭력을 추방하고 욕설을 달고 사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에서는 2014년 말의 해에 사회지도층과 방송 등의 막말을 더욱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물을 것이다.

   당신의 말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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