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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1-19 2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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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128일 오후 베트남전 당시 초대 주월 한국군사령관으로 베트남전의 영웅이자 불사조(不死鳥)’로 불렸던 채명신 장군의 운구행렬이 국립서울현충원 병사묘역에 도착했다. 묘지는 고인이 파월참전자회장을 맡으며 베트남전에서 산화한 전우들을 추모해온 장소에 마련됐다. ‘장군으로서의 기득권을 버리고 죽어서도 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과 함께 하겠다.’는 고인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장군묘역의 8분의 1에 불과한 병사묘역 3.3m²에 안장되었다. 부하를 가족 못지않게 사랑하였기에 부하들이 목숨 걸고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훌륭한 지휘관답게 장군 역사상 최초로 장군 묘역이 아닌 사병 묘역에 묻힌 것이다. 장군묘역에 설치되는 가로 106cm, 세로 91cm, 높이 15cm’의 단() 역시 설치하지 않았으며 묘비도 다른 병사들과 똑같이 높이 76cm, 30cm, 두께 13cm’의 화강암으로 세워졌다.

   고인은 1926년 황해도 곡산에서 항일운동가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크리스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진남포 소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소련군이 진주하자 공산주의를 피해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홀로 월남하여 1948년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 전신) 5기로 임관했다. 첫 임관지인 제주도 9연대에서 소대장 생활을 하며 그는 골육지정(骨肉之情)의 리더십이라는 지휘철학을 터득하였다고 한다. 당시 4.3사태로 인한 첨예한 사상 갈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제주도에서 부하들 덕분에 여러 차례 죽음의 위기를 넘기는 경험을 하며, 지휘관이 장병들을 형제처럼 돌보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에 장군은 회고록 사선(死線)을 넘고 넘어에서 부하가 생명을 바쳐 상관을 위하게 만드는 건 바로 골육지정의 통솔뿐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자신을 따르는 부하가 많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가장 완벽한 축복이었다.”고 기록했다. 6·25전쟁 때에는 육군 중령으로 한국군 최초의 유격대로 불리는 백골병단을 이끌고 인민군 중장이자 대남 유격부대 총사령관인 길원팔을 육박전 끝에 생포하는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이 모든 전공은 존중과 배려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실천하여 부하들의 존경과 신뢰를 이끌어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후 장군은 19658월 맹호부대장 겸 초대 주월 한국군 사령관을 맡아 한국군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다. 베트남 전쟁을 회고하는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채명신이라는 지장의 탁월한 전술과 예지를 칭송한다. 베트남 전쟁이 승리한 전쟁이 아니었음에도, 한국군 참전에 따른 논란이 일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부국(富國), 강병(强兵)의 기회로 삼았던 성공한 전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 채명신 장군이 있다. 장군은 용장일 뿐 아니라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권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킨 지장이었고, 물과 물고기를 분리해야 하듯이 백 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하라.‘는 신념을 강조하여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을 끌어안은 덕장이었다.

   채명신 장군은 전쟁터에서는 물론이고, 전역 후에도 부하사병들을 항상 애틋하게 생각하였고 베풀 수 있는 정성을 다 하였다. 마지막 회고록 베트남전쟁과 나에서도 이제는 떠나도 여한이 없다. 다만,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조국수호를 위해 땀과 눈물과 피를 흘리고 먼저 가신 전우들의 영령들 생각이 항상 마음에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내가 죽으면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묘역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을 것이다. 장군묘역 안장보다 사병묘역을 선택한 것은 진정으로 부하를 사랑하고 생각하는 상호존중과 배려의 실천이기에 국민들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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