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정봉경(안양 백영고 2학년)
예비 고3, 그토록 피하고 싶었건만 결국 나에게도 예비 고3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제 들리는 이야기는 온통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뿐이다. 이로 인한 중압감을 달래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3은 더 이상 존중의 대상이 아니다. 일 년 뒤 교문을 울긋불긋하게 장식하는 대학합격 축하 현수막에 훈장처럼 이름을 올리는 소수가 될 것이냐, 소수의 들러리가 되어 축 처진 어깨로 교정을 떠나는 다수가 될 것이냐를 강요당하는 날들이 남았을 뿐이다.
고(高)3을 괴롭히는 것은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아니라 Go학원·Go독서실·Go대학의 ‘3고(苦)’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뿐이니 이 ‘3고(苦)’를 피할 길이 없다. ‘No!'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 다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일이 없어 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좌절하는 다수를 위한 존중과 배려가 사라진 적자생존의 냉혹한 현실은 ‘고(高)3’에게 끊임없이 ‘3고(苦)’를 강요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니 지겹도록 들은 이야기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 대학 입시 평균경쟁률이 10대 1이라는 현실을 왜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좌절해야만 하는 다수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육은 정녕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청소년의 인성 가꾸기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교육만으로 청소년들에게 일상어가 된 스트레스 해소용 욕설이 순화될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일까? ‘고3 직업병’ 감염 바이러스가 병원 치료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까?
‘행복한 고3’이고 싶다. 고3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입시경쟁으로만 내몰기 이전에 적성 찾기 기회를 보장하고,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 적성을 살리는 사회 적응법을 알려주는 교육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나는 지금 독서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남들은 열공하는 줄 알 것이다. 잠시 후에는 답답하지만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다시 열공할 것이다. 그러나 내 후배들만큼은 친구들과 경쟁하기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동행하는 ‘행복한 고3’을 맞이하길 소망한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rrcc.org/news/view.php?idx=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