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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16 0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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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1, 육군 22사단에서 GOP 경계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임모 병장이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K-2 소총을 난사하여 장병 5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세월호 참극의 절망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국민들은 또다시 큰 충격에 빠졌다.


 2005년 육군 28사단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장병 8명이 죽고 4명이 부상당했다. 2011년에는 해병대 2사단에서도 비슷한 사건으로 장병 4명이 숨졌다. 그리고 이번엔 육군 22사단이다. 사건 원인을 부적응 병사의 일탈로 단순화시키는 상황까지 비슷하다. 임 병장이 관심 사병이었다는 국방부 발표는 군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는 계산된 발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평소 왜소한 체격에 말투가 어눌한 임 병장이 부대 내에서 놀림을 받다가 사건 당일 초소 근무일지에서 자신을 조롱하는 낙서를 보고 모욕감과 화가 치밀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하여 임 병장 개인의 책임과 잘못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희생 장병인 진모 병장 부친이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은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군이 어떠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부대에 가 봤다. 웬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면 정말 견디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었다. 임 병장이 거기에 적응할 수 있게 교육과 적절한 치료 등이 있어야 했다. 과연 임 병장이 그런 것들을 제대로 받았는지 모르겠다. 임 병장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기에는 너무 안타까움이 있다.”


 육··공군 전군을 합쳐 관심병사는 무려 3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22사단만 해도 약 20퍼센트인 18백 명이 관심병사라고 한다. 특별관리대상인 A급 관심병사가 300, 임 병장과 같은 중점관리대상인 B급 관심병사가 500명이다. 또 다른 사고 위험을 안고 GOP에 근무하는 병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군은 이제부터라도 대대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사회에서부터 왕따를 당했거나, 지나친 과보호로 나약한 병사들이 많아 관리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이를 핑계로 책임회피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군의 구조적 모순을 함부로 지적할 수도 개혁할 수도 없는 현장 지휘관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사건을 유야무야 덮으려 해서는 육군 28사단 GP, 해병 2사단 김포 해안, 육군 22사단 GOP에 이어 제4, 5의 총기난동사건이 필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회나 학교에서 정상생활을 하던 젊은이가 입대해서 관심 사병이 되었다면 이는 열악한 환경과 권위적인 리더십, 그릇된 병영문화에서 기인한 것이고, 현역 복무 부적합 대상자가 입대해 사고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들을 순화 포용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대가 되려면 그러한 병사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시켜 사회로 돌려보내야 한다. 이는 군의 당연한 책무이다.


 상존배 정두근 총재는 이미 2011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때에도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 정착을 역설했다. 사단장과 군단장 등의 고급지휘관을 지내며 상존배 운동을 적극 시행해 각종 사고와 군기문란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투력도 향상시켰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기에 당시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보도했었다. 이처럼 확실한 대안이 있음에도 군의 미온적 대응이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켰다. 비탄한 심정으로 국군수도병원에 차려진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을 마친 정 총재는 이제 다시 군을 향해 고언(苦言)하고 있다.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정 총재의 글에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군을 향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이 절절히 묻어 있어 이를 전재한다.


 



 군대의 총기 난동사건 책임은 군 수뇌부에 있다.


 군 지휘관의 책무는 첫째 외침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며, 둘째 전투행위를 제외하고는 부하들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전하게 성장 발전시켜 가정과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연대장 시절 부대원들을 이끌고 북한의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에 투입되어 평소 전투훈련대로 완벽한 봉쇄와 수색 작전을 펼쳐 적 잠수함 함장을 사살하고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한 잠수함 기관장이 자살하도록 압박하였다. 그리고 사단장 시절부터 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를 시행해 첫째, 장병 상호간에 존중하는 언어 사용하기 둘째, 정감어린 인사말하기 셋째, 경청하고 실천하기의 실천과제를 습관화, 문화화 함으로써 폭언과 구타 등의 군대 악습을 철폐하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질서에 길들여져 있던 군에서는 상존배 운동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심했지만 언어순화 없이 군대 악습을 철폐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적극 추진하였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으나 상존배 운동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불과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존중어 사용으로 군기가 이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발적 복종과 자율적 협조가 이루어져 군기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장병들이 교육훈련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전투력 역시 눈에 띄게 향상하였으며 각종 사고는 크게 감소하였다.


 지금처럼 군대 악성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면 근무 중인 장병들은 물론이고, 입영 예정 청년들과 가족들이 두려움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이는 결국 지휘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군의 사기와 전투력 저하라는 치명적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고위 지휘관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병영문화를 바꿀 힘은 없고, 단순한 관리 책임만 있을 뿐인 현장의 초중급 지휘관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처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하루 속히 군 조직을 민주화하고, 장병들이 형제처럼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존중과 배려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고식지계(姑息之計)의 대책 뒤에서 기존 관습에 안주하려는 군 수뇌부에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장관급 지휘관과 관련 참모들은 직무유기와 관리 및 조치 부실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통감해야 한다. 그리고 고위급 지휘관들은 아래의 동양고전 명구들을 가슴 깊이 새겨 진정한 군기 와 강군 육성의 근본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성찰했으면 한다.


 


孟子曰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맹자왈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


위기에 빠진 성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로 천시(유리한 때)와 지리(유리한 지형)와 인화(인화단결) 3가지가 있는데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


 


孫子曰 上下同欲者勝(손자왈 상하동욕자승)


장수와 병사, 조직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목표를 가지면 반드시 승리 한다.


 


孟子曰 君視臣如手足 臣視君如腹心(맹자왈 군시신여수족 신시군여복심)


군주가 신하를 수족과 같이 여긴다면, 신하는 군주를 배()나 가슴으로 여긴다.


 


孔子曰 出門如見大賓 使民如承大祭 己所不欲勿施於人 在邦無怨 在家無怨(공자왈 출문여견대빈 사민여승대제 기소불욕물시어인 재방무원 재가무원)


문을 나서면 보는 사람마다 큰 손님을 대하듯 하고, 사람을 부릴 적에는 큰 제사를 받들듯이 조심스럽게 하며,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않는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나랏일을 할 때도 원성 살 일이 없고, 늙어 집안에 있을 때도 원망들을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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