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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8-28 09: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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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근 총재는 누구 못지않게 군을 사랑하는 충정으로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위원들에게 일제 잔재인 폭력적 병영문화 청산을 위한 확실한 방안으로 상존배운동을 제안서 형식으로 전달했다.
40년 군생활 경험을 근거로 최근 잇따른 군 악성사고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현가능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정 총재의 제안서를 전재한다.



서 론


 


경제적으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군대에서 악습의 병영문화로 인해 매년 수십 명의 장병이 각종 사고와 자살로 목숨을 잃고, 수 만 명의 장병들이 군법에 의한 범법자로 전락하거나 영창, 휴가제한 등의 징계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자살과 총기난동, 탈영, 폭행 등의 범법행위 대부분은 인간관계 갈등에서 발생하며, 그 갈등의 근본 요인은 일제군대 잔재인 악습의 병영문화 때문이다.


자율개방형 리더십이 요구되는 21세기임에도 우리 군의 병영문화에는 여전히 일제 식민통치의 야만성이 잔존해 있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형성되었던 타율적 통제와 학대성 군기가 어쩔 수 없는 군대의 특성인 양 용인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하를 개별 인격체로 존중하기보다는 단순히 명령과 복종의 대상자로만 취급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제안자는 2003년 말 32사단장 시절부터 육군훈련소장, 6군단장, 2작전사령부 부사령관 등으로 재직하는 7년 동안 장병 상호간에 존중하는 언어 사용하기, 정감어린 인사말하기, 올바른 예절의 생활화(경청하고 칭찬하기)” 3대 실천과제를 습관화, 문화화 하는 상호존중과 배려(이하 상존배’)의 병영문화운동을 시행하였다. 이 글에서는 제안자가 상존배 운동을 시작한 계기와 실천과제, 시행 초기의 저항과 방해, 정착과정, 성과 등을 밝히고자 한다.


 



 


 


본 론


 


 


1. 상존배 운동을 시작한 계기와 실천과제


 


육군 제32보병사단은 대한민국의 지리적 중심인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 전역, 그리고 육해공군 본부가 자리한 계룡대 등 교통과 군사 요충지를 담당하는 사단이다. 20031027일 제안자는 육군의 꽃이라 할 사단장으로 취임하며 취임사에서 소감과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전략) 저는 오늘 제32보병사단의 지휘권을 인수하면서국가의 자유와 독립을 보존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군의 기본 의무와 사명 완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중략) 또한 지역 주민과 우리의 부모 형제들로부터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받고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보람을 느끼며 신나는 병영생활이 되도록 이등병으로부터 사단장에 이르기까지 의리’, ‘신뢰를 바탕으로 화합 단결하여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들께는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정예 향토사단으로써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사단 장병 및 군무원과 예비군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후략)”


제안자는 평소 기 살리기라는 말을 즐겨 쓰고 강조한다. 개인의 기가 살아 있어야 열정이 나오고, 그 열정이 조직의 기를 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욕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사단장 취임 한 달이 겨우 지나자마자 헌병대장 건의에 따라 선후임 간 구타사건에 연루된 사단 사령부 본부대 식당 취사병 2명의 구속을 승인해야 했다. 며칠 후에는 해안초소에서의 구타사건으로 병장 2명을 또 구속하였다. 각양각색의 젊은이들이 모인 군대이니 원칙대로 처리해야 군 기강이 바로 설 것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연이어 사단 경비소대에서 구타 및 성추행 사건이 벌어져 3명을 구속시켜야겠다는 헌병대장 보고에 울컥 짜증이 났다. 불과 2주 사이에 병사 7명을 구속하다니, 병사들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해야 할 사단장으로써 이 문제를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었다. 구타와 폭언이 일상화된 병영 악습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할아버지로부터 손자에 이르기까지 군대의 구타와 폭언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은 국군의 수치이고, 심각한 사기 저하 요인이므로 이 악습의 고리를 끊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처벌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미봉책일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기에 심각한 고민 끝에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을 착안하고 구체적 내용과 실천 방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의 첫 번째 실천과제는 상호 존중하는 존중어 사용이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반말, 심지어는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 것을 지휘통솔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야말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악습이 빚어낸 고정관념일 뿐이다. 구타 등의 가혹행위를 근절하려면 말투부터 바꾸어야 했다. 후임병만 선임병에게 존칭어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선임병도 후임병에게 반존칭어로 ‘~하시오, ~합시다.’체를 사용하도록 했다.


다음 실천과제는 정감어린 인사말 나누기이다. 인사는 원래 정감을 나누는 수단이건만 군대 경례는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경직되어 있다. 이는 경례를 군기의 기준으로 여기는 악습 탓이다. 경례를 군기확립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 하급자의 경례 자세를 트집 잡다보니 하급자가 상급자를 피해 다니는 촌극까지 벌어진다. 이로 인해 상하급자 사이에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거수경례와 충성 구호에 이어 ‘~, 좋은 하루 되십시오.’ ‘~,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등의 인사말 한 마디로 서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군대예절의 생활화를 과제로 선정해 실천을 통해 습관화되도록 하였다. 하급자에게만 상급자에 대한 예를 강요하거나 하급자의 인격 무시와 인권 침해를 지휘 방편으로 여기는 왜곡된 군기를 바로 세우고자 하였다. 상급자가 호명할 때 악을 쓰듯 관등성명을 외치도록 하는 것도 군기나 전투력, 위계질서 확립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우리 군대에 욕설과 구타, 인권 유린 등의 악습을 남겨놓은 일본군대(자위대)도 이제는 선진병영문화로 탈바꿈하였다. 오직 우리 군대에만 남아 있는 전근대적 악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언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제안자는 병사 상호 간 존중어 사용과 정감어린 인사말 나누기를 최우선 실천과제로 설정한 것이었다.


 


 


2. 상존배 운동 시행 초기의 저항과 방해


 


군대는 상명하달 절대 복종의 명령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하의상달(下意上達)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이를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 아니라 교육훈련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하급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부하들이 부대활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의식을 갖는다. 이것이 바로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이다. 이 리더십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이 헌신하겠다는 마음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결정체이며, 이에 따른 팔로워십은 리더와 같이 존중과 배려의 조직분위기를 만들고 자신과 리더,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해 스스로 참여하고 노력하겠다는 동반자적 마음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모들은 사단장의 이런 뜻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군기이완과 위계질서 문란, 상명하복 체계 혼란등 충분히 예상했던 문제들을 제기했다. 사단장은 참모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시행에 들어갈 호칭 방법과 존중어 예문 등을 준비하였다. 사단 예하 부대장들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을 시작했다. 선임병일수록 거부감을 나타내었다. 사단장 지시이니 안 할 수는 없고, 후임병에게 비아냥거리듯 존중어를 사용해 오히려 분위가 어색해지고 대화가 끊긴다는 보고도 올라왔다.


게다가 군의 수뇌부들 중에도 상존배 운동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상하 소통보다는 명령에 대한 절대적 복종만이 군 기강을 세운다는 그릇된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상존배 운동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다행히 적극적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지켜보는 참모총장 등의 최고 지휘관도 있어 사단장은 상존배 운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군이 계급사회이니 일반 병사들도 계급에 따른 상하관계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군은 2003년에 병영생활행동강령을 만들어 공포하면서, 병과 병은 명령·복종의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라고 규정했다. 군 형법에서도 일병이 병장을 폭행하면 하극상이 아닌 폭행죄로 처벌한다. 그런데도 수직적인 문화가 존재한다는 건, 군대가 형법과 강령을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병사끼리 서로 지시나 명령을 내리면 안 되는 수평적 관계라고 규정해놓고, 정작 군 지휘부에서는 병사들의 수직적 문화를 방조하고 있는 모순이 군의 현실이다. 상존배 운동은 이런 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병영문화를 바로 세우자는 운동이기도 했다.


사단장은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계급별 지휘서신을 수차례에 걸쳐 전 부대에 보내고, 사단 직할부대는 직접 나서서 상호존중과 배려운동 교육을 실시하고 실천 상황을 점검했다. 존중어와 정겨운 인사말을 사용하면 구타가 사라지고 밝은 병영문화 창출이 가능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더욱 고삐를 쥐었다.



 


3. 상존배 운동 정착 과정


 


3-. 육군 제32사단의 상호존중과 배려운동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의 습관화, 내면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극과 경쟁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 장병에게 상호존중과 배려운동 소감문을 작성 발표토록 하고, 웅변대회, 표어·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더불어 장병이 작곡한 로고송 바꿔나가요함께 만들어요CD로 제작해 가창토록하고 로고송 경연대회도 열었다. ‘상호존중과 배려 병영문화 가이드북도 만들어 배포하였으며 사단 주임원사를 비롯한 부사관 3명이 예하 부대를 방문해 하룻밤을 묵으며 상호존중과 배려운동 정착 여부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합격한 부대는 장병은 물론, 지역 기관장과 부모를 초청해 상호존중과 배려운동 정착 인증서를 수여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시행하자 그 효과는 불과 6개월 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대 내무반마다 상호존중하고 배려하자는 표어가 붙었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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