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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13 20: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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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열차를 타고 입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군용열차에 오른 입대 장병은 창을 열고 내민 손으로 어머니 손을 쥐었다.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해도 어머니는 꼭 쥔 손을 놓지 않았다. 기차가 속력을 낼 즈음 친구들은 어머니 손을 힘껏 떼어야 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 훔치는 어머니를 애써 외면하는 순간 군기 잡는 호송관들의 고함이 들리기 시작한다.


물론 그 시절과 비교할 생각은 없으나 지난 92일과 107일에 찾은 306 보충대 입영식 풍경은 사뭇 달랐다. 마지막 사제 점심을 먹은 입소 장정들이 보충대 정문에서 연병장까지의 50여 미터 길을 꽉 메웠다. 매주 화요일이면 2천 명 가까운 장정들이 입소하니 그럴 만도 했다. 다행인 것은 병영 사고에 따른 사회적 불안과 달리 표정들이 그리 무겁지는 않아 보였다.


연병장 뒤쪽의 스탠드는 어느 새 앉을 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식전 행사는 달라진 군대를 보여주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군악대 연주는 경쾌했고, 의장대와 태권도 시범은 물론 민간인들의 밸리 댄스 공연까지 있어 간간이 탄성과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군 연병장이 아닌 공연장 같은 흥겨움이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식전 행사 중에도 연병장 입구는 여전히 혼잡했다. 공연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가족, 친구, 애인과의 이별이 아쉬워 차마 연병장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장정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기저기서 포옹을 하거나 기념촬영을 했다. 306 보충대를 찾은 상존배 정두근 총재와 회원들은 입영 장정들의 어깨를 두들겨주고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를 창출하는 밀알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장정 가족들에게는 병영문화 개선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 활동을 했다.


사회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군복무는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병사들이 군복무를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병영문화 혁신 방안에 지혜를 모으고 강력히 시행한다면 군대는 더 이상 썩으러가는 곳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을 기자는 306 보충대 경례 구호에서 찾았다. 이곳 병사들은 충성이나 필승이 아닌 사랑합니다를 경례구호로 사용하고 있었다. 낯선 구호이기에 부사관 한 명을 붙들고 물어보니 얼마 전 새로 부임한 부대장 지시에 따라 경례구호를 바꾸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경례구호 하나를 바꿈으로써 전우애가 훨씬 돈독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보니 사랑한다는 부하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를 상급자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언어의 힘이다. 병영문화 혁신을 너무 거창한 데에서만 찾으려 했기에 군대가 아직 사회 발전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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