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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13 21: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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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성자로 추앙받는 마더 데레사(1910~1997) 수녀의 미소는 깊게 패인 주름에서 배어나오기에 더욱 온화하다. 두 개의 빵을 가지고 있다면 하나는 가난한 사람에게 내주어 영혼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라는 데레사 수녀의 말에서 우리는 그 성스러운 미소의 원천을 찾을 수 있다. 평생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했던 테레사 수녀는 "나눔은 우리를 진정한 부자로 만들며, 나누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또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1998년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나눔과 봉사가 주는 신체적인 변화와 관련해 흥미 있는 실험을 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쪽은 돈을 받는 노동에, 그리고 다른 한 쪽은 봉사활동을 하게 한 뒤 Ig A라고 하는 면역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건 없는 봉사활동을 한 그룹의 면역기능과 항체가 크게 향상됨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마더 데레사 효과(Mother Teresa effect)’라고 한다.


그렇다면 남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기자는 지난 여름 토요일 아침에 시흥시 정왕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20년 가까이 매주 토요일마다 인근 노인과 노숙자, 그리고 생활보호 대상자들에게 국수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 나선 것이었다. 9시가 조금 지났는데 복지관 1층 식당에는 국수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70여 자리가 거의 채워져 있었고, 주방 봉사자들은 말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차현국 회장도 바삐 국수를 말아야 했기에 겨우 인사만 나눌 수 있었다. 대신에 이날 11시부터 시작하는 배식을 맡아 다소 여유가 있는 최왕진 총무와 몇 마디 나눌 시간을 가졌다.


무료 급식하는 여러 단체가 주로 평일에만 활동하다보니 주말이면 굶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시화성당 교우 15명이 모여 토요 국수봉사를 시작했죠. 각자 생업이 있어 겨우 일주일에 하루 봉사할 뿐이라 그리 내세울 게 없네요.”


인터뷰 요청에 쑥스럽게 답하는 최 총무에게서 오히려 봉사의 진정성이 엿보였다. 실제 무료급식소에는 간판은커녕 흔한 현수막 하나도 안 보였다. 식당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았지만 허름한 차림새의 중년층도 제법 보였고, 늦둥이를 안고 온 엄마, 어린 손자와 함께 온 할머니도 있었다. 토요일 하루 평균 200여명이 급식소를 찾는다고 하였다. 그러니 국수를 삶고, 배식하고, 빈 그릇 치우고, 설거지하는 일손이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부경 양(시흥 송운중 2학년)은 벌써 2년 가까이 매주 이곳에 나와 봉사하는 아름다운 소녀였다.


토요일 아침이면 여기 와서 3시간가량 배식과 빈 그릇 치우는 일을 돕고 있어요. 몸이 고달플 때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휠체어까지 밀어달라고 하시면 짜증날 때도 있지만 저를 손녀처럼 여기니까 하시는 말씀이려니 하고 도와드려요.”


이미 데레사 효과를 체험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타인의 삶에 공감할 수 있어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 부경 양에게 무료급식소 봉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용의 마음을 길러 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의 삶에서 사랑 받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품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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