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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1-19 01:04:52
  • 수정 2014-11-19 10: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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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존중과 배려인가


사람은 아무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격식을 갖추고 살아간다. 사람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자는 것은 모두 격식을 따라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이러한 격식을 갖추고 따름으로써 많은 이들이 함께 하나의 우리로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격식을 인격이라고 부르고, 사람이 이러한 격식을 갖추고 따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인권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인격을 갖추고 따르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으로 최소한의 인권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보장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의 격식인 인격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사이가 좋아져서 뜻을 맞추고 모으는 일을 잘하게 되어, 모두가 우리로서 하나를 이루어갈 수 있다. 반대로 사람들이 인격을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게 되면, 사이가 나빠져서 다투고 싸우는 일에 빠지게 되어, 모두가 우리로서 하나를 이루는 일은 강압이나 강제에 기대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인은 인격을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는 일로 말미암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람들이 인격을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는 일을 예사롭게 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말다툼이나 몸싸움에서부터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피해를 가져오는 비방, 희롱, 폭행, 강도, 살인, 부정, 불법과 같은 것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인격을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는 일로 말미암아 인명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군대이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인명 사고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거의 모두가 인격을 가볍게 또는 업신여기는 일에서 빚어지고 있다. 특히 계급이 낮은 병사들에게 이런 일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욕하기, 때리기, 부리기, 놀리기, 따돌리기 따위로 말미암아 인격에 상처를 입은 병사가 병영을 이탈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다른 병사에게 극단적인 보복을 가하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국민들은 어둡고 우울한 마음에 휩싸인다.


군대에서 인격을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는 일에서 빚어지는 인명 사고를 막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병영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런 까닭으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병영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우렸다. 그들은 군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을 인권의 차원으로 확대하여 모든 군인이 스스로 인격의 주체로서 자존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계급과 위계, 직책과 업무, 공생활과 사생활과 관련한 갖가지 규정들을 다듬어나갔다.


한국군의 경우에는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병영문화가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 조선왕조시대에 볼 수 있는 억압적 병영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 지휘관은 신분이 낮아서 군인으로 징발된 병졸을 노비나 머슴처럼 부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졸을 졸개, 졸때기, 졸따구 따위로 낮추어 보는 풍조가 생겨났다. 지휘관이 병졸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문화의 일부가 일제강점기를 거쳐서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조선왕조는 모든 주권이 왕에게 있는 전제국가이지만, 대한민국은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국가이다. 이런 까닭으로 조선왕조의 군대와 대한민국의 군대는 바탕이 아주 다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조선왕조의 병사와 대한민국의 병사는 완전히 다른 바탕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병사는 주권자인 국민들 가운데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서 특별히 징집된 국민을 말한다. 병사가 비록 어쩔 수 없이 군인으로 징집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다. 대한민국에서 어떠한 대가도 없이 몸과 마음을 바쳐서 신성한 의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오로지 병사뿐이다.


대한민국의 군대는 군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군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병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특히 국가방위를 대표하는 국민인 병사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지휘관들은 병사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들은 군대의 특수성을 내세우면서 병사의 인격을 존중하는 일보다 위계질서를 확립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매우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병사가 어떠한 존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말이다.


오늘날은 인격의 가치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으로 아군이 적군의 인격을 무시하는 경우에 아군을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예컨대 2004년에 이라크에서 수용소에 갇힌 포로에게 비인격적인 행위를 한 미군 병사들이 미국 법정에서 처벌을 받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아군이 아군의 인격을 무시하는 일을 예사롭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위한 군대가 아니라 군대를 위한 군대이다.


한국군은 2004년부터 육군에서 특정한 부대를 중심으로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이후 몇 년에 걸쳐서 군대 전체로 퍼져나간 적이 있었다. 이 운동은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말씨를 쓰도록 함으로써 짧은 시간에 큰 변화를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데 육군의 최고책임자가 바뀌자, 위계질서와 지휘권확립을 내세우면서 이러한 운동을 없었던 일처럼 만들어버렸다. 그 이후로 병영에서 인격을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는 일로 말미암아 갖가지로 심각한 사고들이 일어나게 되자, 오늘과 같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글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군인으로서의 책임감이 굳센 병사를 만들기 위해서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병영문화가 왜 중요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병영문화가 어떻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여러 모로 살펴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 한국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군대와 병사와 병영문화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분석하고 점검하고 진단하고 처방해보고자 한다.



2. 병역과 군대


한국은 병역을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여 국민이 강제로 지도록 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가운데서 어떤 이들만 지게 되어 있다. 이런 까닭으로 병역의 의무를 지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 사이에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특히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 어떤 사람은 병역을 지고, 어떤 사람은 지지 않는 경우에 형평성이 크게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는 사람들은 불만을 갖기 쉽다.


한국의 군대는 20세에 이른 남자 가운데서 입영이 가능한 사람을 대상으로 병사를 징집한다. 그런데 입영이 가능한 사람을 모두 징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숫자만큼 징집하기 때문에 필요한 숫자가 달라지면, 징집의 잣대 또한 달라진다. 이 때문에 어떤 때는 징집의 대상이 이었던 사람이 어떤 때는 징집의 대상이 되지 않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징집의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이 어떤 때는 징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불만이 생겨날 수 있다.


한국의 군대에서 병사를 징집하는 일이 강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징집의 대상자는 반드시 입대를 해야 한다. 군대에 가기 싫더라도 입대를 해야 까닭으로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겨난다. 만약 징집의 대상자가 징집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재판을 받고서 일정한 기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한다. 이런 까닭으로 징집을 거부하는 일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일인 동시에 처벌과 불명예가 따르는 일이다. 따라서 징집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병역은 매우 심각하다.


한국의 군대는 출신이 다른 두 무리의 군인, 곧 의무에 따라서 군대에 징집된 병사와 직업으로써 군인을 선택한 사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병사는 의무에 따라서 군인이 되었기 때문에 군인의 신분을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는 반면에 사관은 스스로 선택해서 군인이 되었기 때문에 군인의 신분을 벗어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다. 이처럼 병사와 사관은 출신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병영에서 함께 생활하더라도 처지나 목표가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 군대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의무에 따라서 징집된 병사이다. 국가는 병사를 주된 자원으로 삼아서 국가방위에 필요한 군대를 조직하고 관리한다. 군대가 병사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국가가 국민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과 같다.


한국의 군대에서 병사를 거느리는 것은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관의 몫이다. 사관은 병사를 거느리는 지휘관으로서 국가방위의 책임을 수행하는 대가로 급여를 받는다. 사관과 병사가 모두 국가방위라는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사관은 대가를 받고, 병사는 대가를 받지 않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 병사는 병영을 벗어나면 곧장 범법자로서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병사가 병영에서 생활하는 것은 갇혀서 생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러한 병사는 집단의 한 사람으로서 얽매여 있는 가운데 지휘관이 지시하는 바를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적다. 이러한 병사는 자존감, 자긍심, 자부심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것이 병사에게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의 군대에서 지휘관은 병사를 부하로 거느리는 동시에 병사의 인격을 깎아내린다. 지휘관이 병사를 부하로 거느리는 것은 어느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병사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것은 한국의 군대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은 군대에서 계급의 높낮이에 따라서 말투를 달리하여, 지휘관은 병사에게 낮춤말을 쓰고, 병사는 지휘관에게 높임말을 쓰기 때문이다. 지휘관이 병사에게 낮춤말을 쓰는 것은 병사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한국말에서 볼 수 있는 높임말과 낮춤말은 신분, 지위, 계급 따위를 가지고 상대의 인격을 치켜세우거나 깎아내리는 말투이다. 조선시대에 지배층은 신분의 높낮이에 인격의 높낮이를 같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는 높임말을,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는 낮춤말을 쓰도록 했다. 이 때문에 양반은 상민에게 낮춤말을 써서 인격을 깎아내리고, 상민은 양반에게 높임말을 써서 인격을 치켜세우게 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조선시대에는 말투만 보아도 누가 양반인지 상민인지 곧바로 드러났다. 그런데 갑오개혁 이후로 신분제도가 사라지고 민권의식이 강화되면서, 상대에게 낮춤말을 쓰는 일이 점차로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인이 반말이라고 부르는 것은 양반이 상민에게 하는 말투를 일컫는 말이다. 반말은 상대의 인격을 깎아내릴 때에 쓰는 말이기 때문에 성년에 이른 사람에게 반말을 하게 되면, 말투를 가지고 다툼이나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사람들이 반말을 쓸 수 있는 경우는 상대가 아주 어린 사람이거나 아니면 매우 가깝거나 친해서 서로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이런 까닭으로 비록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을 마주하는 경우에 절대로 반말을 쓰지 않는다.


오늘날 검사나 판사의 경우에는 아무리 흉악하고 파렴치한 범죄자를 마주하더라도 반말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 검사나 판사가 다른 사람의 인격을 깎아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대에서는 계급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반말을 쓰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군대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위계질서와 지휘권을 확립하는데 반말이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계급의 높낮이에 인격의 높낮이를 맞추어야 상관이 부하를 부리는 일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은 매우 그럴 듯하지만 실제가 그러한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반말과 같은 말투가 없는 중국과 미국의 경우에는 군대에서 무엇을 가지고 위계질서와 지휘권을 확립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군대에서 지휘권을 가진 이들이 반말을 위계질서와 지휘권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은 지시를 내리는 명령어와 인격을 깎아내리는 반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생각이다. 군대에서 상관이 부하에게 명령어를 써서 지시를 내리는 것은 한국군이나 중국군이나 미국군이 모두 같다. 상관이 명령하는 말을 부하가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군대에서 군인들이 주고받는 말 가운데서 명령어를 써서 부하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많지가 않다. 군인들 사이에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인사, 안부, 안내, 질문, 상담, 설명, 대담, 회의와 같은 것은 모두 명령어가 아닌 평상어로써 이루어진다.


지휘관은 병사에게 명령어를 써서 진군 앞으로’, ‘사격 개시’, ‘완전히 치울 것’, ‘끝까지 할 것이라고 지시할 수 있다. 지휘관은 지시할 일이 있는 경우에 이런 말투로 지시를 내리는 것은 당연하고, 병사는 이러한 지시를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지휘관이 병사에게 반말을 써서 밥 먹었어’, ‘걱정이 있나’, ‘노래 하나 불러봐’, ‘야외로 훈련을 나간다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국가에 대한 의무를 위해서 병사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인격을 깎아내리는 반말을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가와 군대는 병사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할 책임이 있다.


지휘관이 병사에게 반말을 쓰게 되면, 병사들 사이에서도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반말을 쓰게 된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반말을 일삼게 되면, 상급자가 하급자를 깔보거나 얕보게 됨으로써 인격을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는 일들을 저지르기 쉽다. 병사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욕하기, 때리기, 부리기, 놀리기, 따돌리기와 같은 것은 인격을 가볍게 보거나 업신여기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러한 일을 당하지 않고 살던 사람이 어느 날 병사로 징집되어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매우 심각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3. 징집


군인으로 징집되는 일은 당사자인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친지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느 누구도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떠나고, 다니던 학업을 중단하고, 사귀던 친구와 헤어지는 일을 간단하거나 쉬운 일로 보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특히 징집을 당하는 사람과 그 가족은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은 징집이라는 사태를 앞에 두고서 나름대로 크게 걱정하고 시름한다.


한국인이 징집에 대해서 갖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 곧 징집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거나 부정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징집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가운데 거의 모두는 징집을 애써 수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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