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3-09-26 12:07:12
  • 수정 2013-10-13 21:26:17
기사수정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수도권 전철 4호선 안산역 건너편 동네를 국경 없는 마을이라 한다. 인근의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탓에 주민의 60%정도가 50여개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이며, 상점의 90%가 외국인 관련 업종이니 국경 없는 마을이라는 명칭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또한 이 마을의 원곡초등학교는 재학생 407명 중 58%237명이 다문화학생이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로 다문화 학생 부모의 출신국가만 해도 중국, 필리핀, 일본, 우간다, 네팔, 러시아, 카자흐스탄, 콩고 등 15개국에 이른다. 1994년에 설립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를 모체로 국경 없는 마을 운동을 펼쳐 2007년에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안산이주민센터(www.migrant.or.kr 대표 박천응)에 따르면 원곡동에 이주민들이 대거 몰린 것은 IMF 이후라고 한다. 원곡동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살던 곳이었는데, IMF로 직장을 잃은 이들이 1998년부터 대거 빠져나가면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집세가 내려가고, 인근에 밀집한 공장 출퇴근이 쉽다는 지리적 이점이 더해져 이주노동자들은 이 일대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 기초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 심지어는 잠재적 범죄자로까지 인식되면서 지역사회의 거부감도 커져만 갔다. 이러한 배타적 정서에서 비롯된 불똥은 엉뚱하게 안산이주민센터로 향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를 돕는 단체가 원곡동에 있어 이주노동자들이 더 몰리니 동네에서 나가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국경 없는 마을 운동은 이러한 갈등과 이주노동자 차별문화 극복을 위해 지역주민과 이주민들이 공존할 방법을 찾고자 시작되었다. 원곡동 지역을 국경 없는 마을로 부르며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펼친 결과 이제 원곡동은 한국형 다문화 사회의 모델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문화와 문화를 비벼요

()안산이주민센터는 2013년 추석 당일인 919() 국경 없는 마을에서 비빔밥 축제를 열었다. ‘비빔밥 축제는 다양한 문화를 통합한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이 행사에는 중국동포연합회(중국 공동체), ICC(인도네시아 공동체), AFMC(필리핀 공동체), 타일랜드 보컬(태국), 신짜오(베트남 공동체), 스리랑카 독립협회, 아름다운 비상(몽골), 네팔 등 8개 이주민 공동체와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화합과 소통의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의 절정인 문화와 문화를 비벼요라는 비빔밥 나눔 한마당에서는

이주민과 지역주민 등 1,000여 명이 비빔밥을 나누어 먹으며 문화적 다양성과 통합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갖가지 음식이 어우러져 특유의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 여러 이주민 공동체와 지역주민들은 비빔밥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문화를 비빈 다음, 또 다른 문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놀이문화 비빔마당으로 축제를 이어갔다


놀이문화 비빔마당

지역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은 다문화의 상징인 비빔밥 축제를 통해 화합과 소통을 이루고 놀이와 음악을 통한 문화의 하모니를 이루기 위한 놀이문화 비빔마당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쌍치 대회(중국 장기) 까우(베트남 제기), 쩐드(중국 제기) 차기 빤짜삐낭(인도네시아 놀이) 고타보라(스리랑카 놀이) 팔씨름대회 등이 열렸으며, 이주노동자 밴드 10개 팀이 경연을 벌이는 밴드문화 비빔마당이 흥을 돋우었다.

이날 유창한 한국어로 사회를 본 김수현(32)씨는 10년 전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귀화 한국인이다. 공동 사회자인 디카 헤르만샤(28) 역시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낙천적 성격과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여러 다문화 행사에 사회자로 초청 받는 등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연예인 대우를 받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40만 시대

안전행정부가 올해 밝힌 국내 거주 외국인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594만 명의 2.8%에 해당하는 1445631명이다. 2011년과 2012년에는 11% 가량 증가했으며, 유형별로는 근로자 36%, 외국 국적 동포 13%, 결혼이민자 10.2% 등이고, 국적별로는 중국 국적자 53.7%, 베트남 12.2%, 미국 4.8% 순이다. 지역별로는 전체 외국인의 63.1%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시군구별로는 경기도 안산시가 64천 명으로 가장 많다.

한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 각종 정책을 수립할 때 단일문화주의나 다문화주의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고 둘 간의 조화나 절충을 추구할 수도 있다.

단일문화주의는 사회 통합을 위해 비주류의 문화적 전통을 주류 문화 속에 녹여 넣고 소수자들이 다수자에 동화되도록 돕는다. 이 경우 사회는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으나 다양성 부족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특정 집단 소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다문화주의는 다양성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 모든 문화를 동등하게 포용하려 한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와 문화 전통을 모두 인정하고 이를 동등하게 교육한다. 이로 인해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다양성의 공존 속에서 성장할 수 있으나 각 집단 간 소모적 경쟁이 유발될 위험이 있다.

단일문화주의와 다문화주의를 절충하는 방식에서는 기존 공동체의 결속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수집단의 문화를 수용한다. 이는 주류와 비주류 문화를 모두 인정하며 조화를 추구할 수 있으나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아 다문화 사회 진행 과정에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안산 국경 없는 마을은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미 이곳 초등학교에서는 전교회장 선거에서 다문화 친구들을 돕는 후보라는 선거 슬로건이 등장했고, 작년에는 루마니아 출신 어린이가 전교 부회장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다문화 어린이들이 빠르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국경 없는 마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rrcc.org/news/view.php?idx=3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상존배 바로가기메뉴 공지사항바로가기 교육신청 언론보도 로고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