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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6-15 0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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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자,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산악회 산사랑 회원들은 그녀를 맨발의 청춘이라고 한다. 강원도 화천 산골소녀였기에 학교까지 한 시간 넘게 걷다가 때로는 행군하는 군인들 틈에서 귀여움 받던 이야기를 하며 맨발로 산을 타기 때문이다.


최금자,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희망포럼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녀를 범생이 원장이라고 한다. 평소 농담 섞인 대화를 즐겨하던 그녀가 포럼이 시작되면 받아 적기 숙제하듯 강연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까 열심히 메모하기 때문이다.


최금자,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상현학당 학반들은 그녀를 산소 같은 여자라고 한다. 이른 아침에 모여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반들에게 늘 웃음을 줄뿐 아니라 학당에서 가장 빨리 대답하고 가장 많이 질문하며 생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다.


최금자, 그녀의 직업은 플롯 연주자이며 음악학원장이다.



기자는 천의 얼굴을 가진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기 위해 지난 610일 복날만큼이나 무더운 오후에 음악학원을 찾았다. 신도림역 앞 아이파크 아파트 정문 상가 2층에 올라가니 출입문에 상호존중과 배려해요라는 큼직한 스티커가 붙어 있어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침 초등학생들 음악수업이 막 시작되는 시간이었기에 최 원장과는 간단한 목례만 나누고 수업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시작 인사가 공수배례였다. 전란이 끊이지 않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손에 무기를 숨기지 않았음을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자는 왼손이,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두 손을 포개 잡고 머리 숙여 절하던 공수배례는 훗날 상대에게 공경과 평화의 뜻을 표하는 최상의 인사예절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전통예절에서는 공수배례를 중요시하는데 서양악기 피아노와 바이올린, 플롯 등을 공부하는 음악학원에서 공수배례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낯선 풍경이었다.



기자를 당황하게 한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학원 중앙의 그랜드 피아노 앞에 놓인 악보 받침대에는 악보가 아닌 구용 구사(九容九思)’를 큼직하게 적은 종이가 놓여 있었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질서를 지키며 조화롭게 살기 위하여 예절을 만들고 지켜왔다. 예절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지니도록 하는 자기수양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양에서는 자기수양의 방법으로 구용(九容)'구사(九思)'를 강조해 왔다. 구용은 예의바른 행동의 기준이 되는 아홉 가지 몸가짐을, 구사는 예절을 실천하기 위한 아홉 가지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악보 놓일 자리에 왜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아이들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널리 알려진 동요이기에 곡조는 익숙한데 노랫말이 달랐다. 아이들이 워낙 큰 목소리로 노래해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 자세히 들어보니 그 내용이 삼강오륜이었다. 한자음과 우리말 풀이를 노랫말로 만들어 부르고 있었다. 삼강오륜을 마치자 명심보감, 사자소학 등이 이어졌고, 조선 왕조 519년을 이끌어온 27명의 왕까지 막힘없이 율동에 맞추어 외워 불렀다. 더 놀라운 일은 신천자문을 노래로 지어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 천자문이 우리 현실과 여러 면에서 맞지 않아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보니 우리나라의 현대 생활에 맞게 새로 만든 천자문이 신천자문이다. 가정, 부부, 국토, 환경 등 28항목을 오늘날 많이 사용하는 한자로 구성하여 누구나 배우기 쉽고 익히기에 알맞도록 엮은 것이다. 그렇지만 한자에 대한 거부감이 큰 요즘 어린이들이 한자음과 훈, 그리고 사자성어의 뜻까지 막힘없이 목청껏 불렀다. 율동 사이사이 서로 손뼉을 마주쳐야 할 때는 키 큰 어린이가 무릎을 꿇어 작은 어린이와 눈높이에서 손뼉을 마주치는 배려를 베풀기도 했다. 나중에 최 원장에게 물으니 그런 배려를 따로 가르치지는 않았는데 고전을 통해 존중과 배려를 익히니 저절로 그런 행동이 나왔다고 하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대음악과 동양고전의 만남을 이끌어낸 최 원장의 발상도 독특하지만 기자의 궁금증은 이런 교육이 어린이들의 심성과 생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 하는 것이었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한 답 대신에 지난 스승의 날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 몇 통을 슬그머니 보여주었다. 고전을 익혀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문화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퓨전 현상은 라틴 어의 'fuse(섞다)'에서 유래한 말로 이질적인 것들의 뒤섞임, 조합, 조화를 뜻한다. 그런데 음악과 고전의 조화가 가능하리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 이를 가능하게 한 최 원장의 능력을 단순히 개인의 재주로 볼 수만은 없다.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공부하는 열정, 그리고 성실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울러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성현들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기에 음악과 고전이 만나는 상승작용으로 심성까지 아름답게 가꾸는 교육을 현장에서 실천 할 수 있었다.


최금자, 기자가 지켜본 그녀의 정체는 종중과 배려의 눈높이 교육 철학자이며 실천사이다.


최금자, 그녀가 어떤 자리에서나 중심에 설 수 있는 까닭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생활화되어 있어 누구에게나 존중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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