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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4-22 19: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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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계강자(季康子)가 공자(孔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를 묻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정치란 바름()입니다. 스스로 바름으로써 통솔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19대 국회는 국민을 위한 소임에 충실한 바름보다 국민을 편 갈라 권력을 살찌우려는 이전투구의 늪에 빠져있었다. 그러니 정치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늘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정쟁과 말 바꾸기의 후안무치가 도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보니 많은 국민들이 정치 혐오증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막말은 국회의 품위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다. 국민의 질타가 이어지면 반짝 자성 노력을 보이 척하지만 글자 그대로 일 뿐이다.


 


정치권의 막말


선거철이 아닌 평상시에도 여야 대변인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국정 파트너는 없고 적개심 넘치는 적만 있을 뿐이다. 말은 인간 됨됨이나 인식 수준, 도덕성을 드러내기 마련이건만 정치인들의 막말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부고(訃告) 빼고 언론에 나오는 건 다 괜찮다는 정치권의 속설에 따라 언론의 관심을 끌어 인지도를 높이려는 막말이 있고, 다음 공천을 받고자 과잉 충성하는 생계형 막말이 있다. 당직자들이 공개적으로 하는 막말은 다수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더라도 열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전략형 막말일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취중 막말, 자기과시형 막말에 폭력형 막말까지 있다. 막말이 폭력으로까지 이어져 국회 본회의장을 격투기 경기장으로 알고 있는 초등학생도 있다고 한다.


영국 의회에서는 의장이 막말하는 의원에게 즉각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회기를 마칠 때까지 국회의사당 시계탑(Big Ben) 지하 감방에 갇힌다. 빅 벤의 종소리 파장이 지하 감방에 도달할 때쯤이면 굉음으로 바뀐다 하니 그곳에 갇힌 사람은 엄청난 고통으로 막말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의 막말은 당사자가 아닌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니 더 큰 문제이다. 정치권의 막말은 여야 모두 소통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소통이 안 되니 공격적이고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가감 없이 표출한다는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대결의 정치문화를 여야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소통의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소통의 정치문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유교 정치이념은 예나 지금이나 정치철학의 근본이다. 맹자는 천자의 자리는 하늘과 백성이 내린 것이라고 하여 백성이 모든 정치행위의 주체임을 역설하였다. 백성 없이는 국가가 없고, 정치적 목적 역시 실현되지 않는다. 비단 맹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백성을 중시하는 민본사상은 고조선의 홍익인간 이념에도 잘 나타난다.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는 언로(言路)가 국가 흥망을 좌우한다고 보아 소통을 중히 여겼으며, 정약용은 백성이 통치자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가 백성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명확히 밝힘으로써 민본정치를 역설하였다.


백성이 아닌 자신을 정치 주체로 여기고 정파 이익에만 집착하는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뜻은 안중에 없고, 오직 당명에만 순종한다. 국민의 뜻이 아닌 당명 복종을 강요하는 정치계의 오랜 악습은 한국의 정치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당론은 있어야겠지만 마지막 판단과 선택을 할 때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부끄러움 없이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 정치를 보면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유권자는 결코 거수기를 뽑은 것이 아님에도 선거가 끝나면 권력자에게만 머리 숙일 뿐, 유권자와의 소통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다.



남북관계와 대선정국


20대 국회는 무능했던 19대 국회를 거울삼아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 남북위기보다 더 심각하게 민생을 위협하는 것은 없다. 남북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대선정국을 맞아야 하니 새 국회는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사생결단식 정쟁을 멈추어야 한다. 그동안 대선에서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남쪽에 영향을 끼치려 하였다. 우리 선거를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틀고자 하는 시도를 해왔고, 때로는 우리 정치인들이 먼저 북의 움직임을 선거에 이용하려 한 사례가 있다. 북한은 핵실험에 따른 군사적 자신감을 토대로 삼아 우리 대선과정 개입에 적극 나설 개연성이 높다. 새 국회에서는 북한의 대선 개입 행위를 막기 위해 합심해야 할 것이며, 예전처럼 국가안보 문제를 표의 득실로 계산하여 국론분열국민갈등을 조장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건전하고 공명정대한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20대 국회를 보고 싶다. 갈등과 반목을 청산하는 국회,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섬기는 국회, 상호존중과 배려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남북화해와 평화로 민족 번영의 기틀을 세우고, 역경 극복의 지혜를 발휘하여 국내는 물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새 국회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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