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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2-14 19:50:21
  • 수정 2016-12-14 19: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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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저녁 6시부터 서울 용산의 국방컨벤션에서 상존배 희망포럼이 열렸다. 격월로 열리는 상존배 희망포럼은 스물일곱 번째로 이번에는 고려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인 서지문 상존배 고문을 초빙하여 특강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공감의 시대를 맞이할 우리의 준비’라는 주제는 상존배 정신과도 상통하는 것이기에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한 시간 넘게 이어진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하였다. 본지 편집국에서 이날 강의 내용을 요약 전재한다.


유발 하라리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인류(homo)250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해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지능이 발달해 10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고, 호모 사피엔스는 7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나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무수한 거대동물과 다른 호모(homo) 종을 멸종시키고 유일한 호모 종으로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인지혁명이 일어나 상징허구를 생성해 국가, 교회 등의 대단위 집합체, 조직체를 만들었고, 12천 년 전에 농업을 시작하면서 잉여농산물을 비축해 권력자가 출현하였다. 계급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가축의 사육은 오늘날 인간을 동물세계의 잔인한 지배자, 도살자가 되게 하였다. 그리고 500년 전에 일어난 과학혁명으로 인간은 편리함과 안락함을 누리게 되었지만 이는 생태계의 거대한 재앙이 되었다. 그래도 과학혁명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인간은 어떤 발전이 한계에 다다르고 부작용이 극에 달하는 순간, 다른 에너지원을 발견, 개발하거나, 활용 가능한 인간의 재능이 한계에 달했을 때 민주주의와 평등사상을 보급시켜 가용 잠재력를 확대시키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아냈기에 인구는 증가하고 더 큰 지배력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종의 유전자 조작까지 하고 있는데 그것이 인류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이 유발 하라리의 결론이다. 결국 인류의 숙제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자신의 힘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행복을 얻느냐라고 하겠다. 인간 본성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인간은 원래 본성적으로 타인과 공감하며 그것이 생존의 조건이라는 주장을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치열하게 대치하던 전선의 크리스마스에 독일군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자 연합군도 함께 캐럴을 부르면서 양쪽이 참호에서 걸어 나가 서로 얼싸안은 일화를 회고하며 인간은 공감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어린 원숭이가 젖이 나오는 철사인형 엄마에게서는 젖만 받아먹고 안기지 않지만, 젖은 주지 않으나 포근한 헝겁인형 어미에게는 늘 안기고 매달린다는 원숭이 실험을 근거로 동물도 공감이 생존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원숭이들은 먹이활동 등 생존을 위한 시간 이외에 여가의 큰 부분을 서로 털을 골라주며 보내는데 이는 상호유대감과 친밀감 형성의 행동이다.

리프킨은 현대사회가 인간을 비인간화, 기계화한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기술적으로 진보한 사회는 인간 의식을 확장하고 공감적 감수성을 고조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적으로 공격적이고 경쟁적이기보다 공감하는 종이라고 한다. 인류사회가 수렵사회에서 농업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이행하면서 인간의 본성인 공감능력도 계속해서 확장되어 왔고, 공감능력은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동물과의 교감, 생물권의 인식으로 확대된다. 그런데 문제는 인류가 가용에너지를 소진해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프킨은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성적 본능과 에너지 작용으로 해석하는 프로이드 심리학을 전적으로 배격하면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따듯한 품과 모성이 주는 사랑과 공감이라고 역설한다. 갓난아기는 영양분을 충분히 주더라도 안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두뇌가 발달하지 못하고 심하면 죽기까지 하니 인간은 가장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 리프킨의 생각이다.




다윈은 살벌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의 중요성만을 강조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으나 사실 그는 생명체의 유대와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어떤 유용성은 없고 단지 쾌락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놀이도 공감적 인간의 사회성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의 뿌리도 타인의 감정과 곤경에 대한 공감 표현 욕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 여정의 단계를 살펴보면 공감의 물결이 확산되고 인간 유대에 대한 의식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로마제국은 여러 민족이 공존하면서 상호이익을 신장하는 가능성의 실험장이었고, 서로마제국은 기독교를 국교화함으로써 국가적 규모의 공감 물결을 일으켰다.

근대에 진입하면서 시장경제의 이데올로기가 세력을 얻고 이성과 감성이 인간을 지배하는 두 개의 축으로 인식되었다. 18세기에 인간은 이성적으로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발흥한 낭만주의 혁명과 함께 감성이 중요하게 여겨져 인간은 감성의 동물이라는 인식전환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시기에 진행된 여러 가지 사회개혁은 불우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의 강력한 공감의 산물이었다. 그렇기에 어린이의 고용을 금하고, 소년의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공장의 위생 기준을 제정하였다.

18세기 말~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근대민족국가가 출현하였다. 민족국가는 가공의 공동체로 영토 뿐 아니라 같은 건국 신화와 역사, 그리고 잠재적 적을 공유한다. 그러면서 국가는 국민생산과 대외무역을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근대국가의 수립을 불러 온 생산증대, 경제성장, 지식 보급은 또한 자의식의 발달을 가져왔다. 이로인해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살기보다 생의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정립을 존재의 목표로 삼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자서전 문학이 발달해 타인과의 공감과정을 통한 자아 형성을 도왔다. 이 시대에 출현한 소설도 자신과 인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공감 확대를 촉진하였다. 독자는 작중 인물의 내면에 자신을 대입해서 같이 고뇌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 영역을 대폭 확대할 수 있었다. 또 소설은 낭만적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 확산을 통해 여성 지위를 향상시켰고,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함양해 많은 사회개혁을 이끌어 냈다. 노예무역과 노예제도 폐지운동, 동물보호운동, 빈민구제사업 등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18세기 후반의 소통혁명은 신문을 탄생시켰고 전보, 전화, 기차, 자동차, 그리고 전기의 발명으로 소통의 대상이 같은 매체를 접하고 활용하는 모든 이들로 확장되었다. 이런 조건의 변화는 심리학을 탄생시켰다. 현대 심리학은 합리적,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개념을 무너뜨렸다. 인간은 불합리한 본능과 통제 불능의 성적 에너지 지배를 받는 존재로 인식된 것이다. 스스로 제어하기 힘든 충동의 각축장으로서 청소년이 주목을 받은 것도 이때부터이다. ‘선인’(善人)의 개념이 불신 받으면서 멋진 개성을 지닌 유형이 시대의 총아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의식혁명으로 피카소의 큐비즘(cubism),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이 출현했다. 이 모든 현상은 공감 확대와 관용을 증가시켜 하나의 객관적 사실을 뛰어넘는 다각적 관점을 보급시켰다. 새로 출현한 정신분석학은 자아와의 만남을 통해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문이며 치료법이었다. 이 시기에 청소년이라는 개념이 발달했고, 과거에는 생업과 가족부양에 뛰어들어야 했던 청소년기가 많은 고뇌와 실험을 통해서 자기 정체성을 정립해야하는 시기로 인식되었다.

이렇게 공감대상이 확대되고, 마음의 질병이 숨길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혹은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전환이 이루어지자 미국 전역에서 각종 중독증과 질병을 스스로 관리하려는 AA(Alcoholics Anonymous)와 같은 자조(self-help)모임이 만들어졌다. 학교는 감수성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훈련을 시켰고, 사이코드라마 운동은 역할 바꾸기 연기를 통해 타자에 대한 공감을 가능케 했다. 이는 성, 인종, 성정체성,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20세기 후반 자본, 노동력, 물자, 정보의 이동속도는 경이적인 것이어서 TV로 생중계된 1997년의 다이애나 세자빈 장례식은 무려 25억 명이 지켜보았을 정도이다. 세계 인구의 반이 도시에서 살게 된 20세기 후반 이후에 세계주의(cosmopolitanism)도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었고 영어의 세계어화는 세계주의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감 확대와 조건 형성이 엔트로피(entropy)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 문제이다.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이다. 엔트로피가 유발한 위기는 1, 2차 산업혁명 말기에도 나타났으나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견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 등 기본재의 오염과 고갈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이에 지구 자원을 과다 사용하고 엔트로피를 과다 생성하는 선진국과 생존의 기본재마저 얻지 못하고 있는 후진국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류는 어떻게든 엔트로피 생성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태양열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하고, 공동체 의식과 공감의식의 확장의 방해 요인인 소유 중독을 치유해야 한다. 현대의 광고는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해서 모든 소비자를 무차별 포위공격하면서 소유만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속삭인다. 광고가 조성하는 물질주의는 공감 능력 숙성의 적이다.

3의 산업혁명시대에는 지구생물권의 파괴에 놀라 공감을 향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물권에 대한 인식이 싹트고 분배적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제3의 산업혁명이 태동하고 있다. 과거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작용했던 종교의 장벽은 무너졌거나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구상의 에너지 대부분이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는 절망적 현실과 핵전쟁, 생화학무기로 인한 인류공멸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는 이제 2차 산업혁명의 기나 긴 황혼을 지나고 3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 분산자본주의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대표적인 분산 모델이다. 정식직원 5명이 무상공개(open source)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280만개 항목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재산권에서 접속권, 배척의 권리에서 포함의 권리, 그리고 사회적 자본과 공적 자본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정의, 개념정립이 요구된다. 이런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적 자아를 지니고 있는 모든 개인은 생물권를 의식해야하고 과학은 공감적 과학을 가르쳐야 한다. 다행이 젊은 세대는 비위계적인 협동적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다. 인간의 영혼은 신화적 의식, 신학적 의식, 이데올로기적 의식, 심리학적 의식을 거쳐서 공감적 감수성의 새로운 높이에 도달했다. 인간의 미래는 모든 생물권과 우호관계를 맺을 때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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