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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7-19 00: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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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존배 창립 제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던 지난 7월 8일 제25회 희망포럼이 같은 장소에서 있었다. 이날 초청강사인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시급하다.’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상존배 운동본부가 나가야 할 방향과 상존배 회원들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일깨워주었다.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학자답게 해박한 지식과 국내외 정세를 꿰뚫는 통찰력이 빛났던 강연 내용을 편집국에서 요약 정리하였다.   


함무라비 법전은 3800년 전, 메소포타미아를 통일한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이 반포한 법전입니다. 법전이 새겨진 돌비석 상단에는 뿔 모양 모자를 쓰고 왕좌에 앉은 태양신이 그 앞에 공손하게 예를 갖추고 서있는 함무라비 왕에게 칼을 주는 모습과 함께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태양신 사마슈가 이 세상에 빛을 준 것처럼 백성의 행복을 위해 이 세상에 정의를 주노라. 그리하여 강자가 약자를 못살게 굴지 않도록, 과부와 고아가 굶주리지 않도록, 평민이 관리에게 시달리지 않도록 하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극소수만 행복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불행하니, 이 칼을 가지고 부당한 강자를 억제하고 약자를 도와 정의를 세우라는 뜻으로 볼 수 있겠죠. 사회적 강자라 하여 제멋대로 법을 무시하거나, 부자라 하여 고통 받는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고 오직 쾌락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모습입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이미 100년 전에 청렴하고 겸손하고, 남을 돕는 정신이 없으면 자본주의는 썩어간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그럼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1960년대 후반까지 국민소득 2천 달러도 안 되는 후진국에서 3만 달러 시대를 코앞에 둘 만큼 놀라운 경제성장을 하였지만 잃은 것도 많습니다. 물질적 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에 앞서다보니 존중과 배려의 공동체 정신을 잃었습니다. 오직 나부터 잘 살아야겠다는 이기심이 팽배해졌습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정이 많은 민족이었고, 상호존중과 배려는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했던 윤리 도덕의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특히 우리의 조상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했습니다.

예기(禮記)’에 보면 대동사회에 대한 공자 말씀이 나옵니다. 대동사회란 노인이 편안하게 살고, 고아와 불구자가 고생 없는 삶을 사는 세상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관리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기록한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도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며, 외롭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일이 목민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덕목은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니 계속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서울 한복판 에서 한 젊은 여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또한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한 청년이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을 하다 목숨을 잃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희생자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였습니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의 배려심이 얼마나 허약해졌는지를 자성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졌습니다. 이 자성과 반성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사건이 터질 때만 반성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합니다. 비근한 예로 2년 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로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지만 자성과 반성은 그 때뿐이고, 이후에도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도가 문제면 제도를 고치고, 다른 것이 문제면 다른 것을 고치는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 합니다. 그런 처방과 아울러 무엇보다 의식개혁이 시급함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점점 약해지고, 강자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얼마 전, 학대받던 한 아동이 도망쳐 나와 편의점에서 발견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국적으로 아동 학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어른들로부터 학대받다 숨진 아동이 여럿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실로 자괴감이 들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먼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어린이이지만 실상은 너무나 딴판입니다. 아동 학대는 한 가정의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사회가 나서서 어린이를 지키고 보호해야 합니다. 최근 큰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돈벌이만을 위해, 어린이 생명에 치명적인 물건을 팔아왔다는 사실은 참으로 개탄스런 일입니다.

 




여성 또한 사회적 약자로서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성폭력 등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성은 어머니로서의 소중한 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정이 온전히 유지되려면 어머니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어린이가 모범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도 어머니가 큰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여성은 가정에서부터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여전합니다. ‘유리 천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성들은 어느 정도 이상의 자리로 올라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결혼이나 출산, 육아 때문에 여성들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예전에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오랜 기간 재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 한 장애인 단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인연으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게 되어, 지금도 장애인 먼저라는 단체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회장으로서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장애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이라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참으로 부족합니다. 장애인들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비장애인보다 몇 배나 많은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장애인에 대한 문턱이 너무나 높습니다. 거리에 나가면 장애인이 편히 다닐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보행로, 건널목, 빌딩 계단 등 장애인들의 이동을 제약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장애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 차별입니다. 일자리가 너무나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분명 장애인 고용할당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관청에서도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일원입니다. 우리 사회가 돌보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장애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을 하겠습니까.




이외에도 노인과 비정규직 근로자 또한 우리 사회의 약자들입니다. 노인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노인들에 대한 배려는 크게 부족합니다. 부끄럽게도 세계에서 노인 빈곤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홀로 외롭게 지내다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독사를 한 노인의 시신이 몇 달 지나서야 발견되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웃조차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은 충분히 사회에서 존중받고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 분들은 우리나라의 비약적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당연히 보살피고 돌보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비정규직 근로자 또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참변을 당한 젊은이 역시 비정규직 근로자였습니다. 이들은 직장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매우 낮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참변을 당한 김 군은 끼니도 거른 채 무리한 작업을 감당해야 했다고 합니다. 김 군의 가방에서 발견된 컵라면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60% 이상이 비정규직 근로자입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다수가 청년층입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군입니다. 그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뒤따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 결과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황금만능주의 풍토가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가 인성교육을 너무나 소홀이 해왔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하루 빨리 바꾸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경쟁에만 내몰려 인성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가진 사람,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부터 각성해야 합니다. 그들이 먼저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어야, 사회적으로 존중과 배려를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상존배 회원들께서 이런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분의 고귀한 뜻을 세상 곳곳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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